논 거울 / 박성우
고향 마을에 들어 내가 뛰어다니던 논두렁을 바라보니 논두렁 물도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사내의 몸에서 나온 소년이 논두렁을 따라 달려나갔다 뛰어가던 소년이 잠깐 멈춰 서서 뒤를 돌아봤다
논두렁 멀리 멀어져간 소년은 돌아오지 않았고 사내는 그만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봇물을 가득 채운 무논은 하릴없이 고요했을 것이다. 사내의 발걸음에 네 귀가 쫑긋했을 것이다. 온 마을 사람들이 팔다리 걷어붙이고 들어와 첨벙첨벙 흙탕물 일으키길 기대했을 것이다. 못단을 내던지고, 못줄을 띄우고, 모내기 소리 주고받던 때를 떠올렸을 것이다. 못밥을 먹을 때 끼얹어주던 고수레 막걸리 한 잔에 군침이 돌기도 했을 것이다. 기계 소들이 일하면서 적막해졌을 것이다. 소년은 돌아오지 않아도, 사내의 몸에서는 자꾸만 또 다른 소년이 뛰어나올 것이다.
[서울경제신문 반칠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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