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 정화진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4. 25. 05:45

사월이 되어 나무들이 단장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펄럭입니다. 산책할 때마다 마음이 깃발처럼 제 안팎에서 나부끼는 것이 느껴집니다. 나무는 어떻게 쉼 없이 날마다 새로워질까요? 길에서 마주한 벚나무·개나리·산수유·목련을 보니 아름다워 한숨이 나옵니다. 저 꽃 무리가 겨울을 견뎌낸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는 것처럼 느껴지더군요. 다시 봄이 왔다고, 잘살아보라는 응원처럼요.

복숭아꽃, 도화(桃花)라고도 불리는 복사꽃 아래에 서본 적 있으신가요? 복사꽃은 벚꽃에 분홍 물감을 끼얹은 것처럼 더 진하고 화사한 분홍색을 띱니다. 꽃이 높게 피지 않고 머리 위에 피어 마치 꽃을 이고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하지요. 시의 화자는 복사꽃밭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복사꽃 ‘밭’이라고 표현한 걸로 봐서 복숭아나무 여러그루가 자리한 풍경을 상상할 수 있겠네요. 재미있는 건 “그녀들 말의 향기”가 복사꽃이 무성한 산자락에 얹히는 장면입니다. 그녀들이 누구인지, 말의 향기가 어떤 의미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인간적인 것, 그들이 지닌 향기로운 인간의 말이 복사꽃을 만났을 때 “말마저 잊고 향기로 가득 세상을 채우리”란 선언이 중요하지요.

복사꽃 흐드러진 한복판에 서 있는 여인들을 상상해보세요. “하늘 아래 팔 벌려 마음은 꽃 피는 바다”가 된 사람들을요. 이때 사람은 팔 벌려 활짝 핀 복숭아나무가 되고, 복숭아나무는 인간의 말을 꽃처럼 매단 해석이 필요 없는 언어가 되겠지요. 과연 무릉도원이겠군요. “마음은 복사꽃밭 같아서” 봄날이 서로 더 환할 수 있기를!

 [농민신문 박연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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