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몇 조각의 말 / 김영춘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4. 27. 06:11

몇 조각의 말 / 김영춘

 

그대가

이 깊은 밤에

사는 일을 적어가고 있었으면

더 아픈 일 곁에 있었으면

오래 멀리 가고 있었으면

가는 길에

가끔씩

꽃도 들여다보고 있었으면

-김영춘(1957~)

 

이 짧은 시는 삶에 대한 잠언 같다. 허심탄회하게 터놓고 지내는 사람이 들려주는 조언 같다. 겉모양을 꾸미지 않은 이 시에 오래 마음이 끌린다. 하루를 살면 그 밤에 찬찬히 돌아보고, 어느 때든 슬프고 아픈 일이 생기기 마련이라는 것을 받아들이고, 굽이가 있는 일생을 살되 시선을 멀리 두어서 조급함을 버리고, 더러는 낭만을 느끼면서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이 말씀이 왜 이토록 간곡하고 뭉클할까. 궂은일이 있을지라도 꺾이지 않고, 꽃을 들여다본 것처럼 어떻게든 밝게 회복되길 바라는 마음도 잘 느껴진다.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가 솟아나도록 북돋아 주고자 믿음과 사랑을 보내는, 마치 조각달 같은 시라고 하겠다.

이 시를 읽는 동안 그릇에 수북하게 담은 흰 밥 생각이 났다. 김영춘 시인은 시 ‘밥 냄새’에서 “온 집 안에 밥 냄새 가득해서/ 이 세상 모든 향기가 소용없어라/ 저 홀로 피어나던 마음처럼/ 조용조용 살아오르는 밥 냄새”라고 썼다. 밥을 먹고 기운을 내야겠다. 사람을 만나러 세상으로 나가야겠다.

[조선일보 문태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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