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아껴 보는 풍경 / 박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3. 27. 11:47

아껴 보는 풍경 / 박준

 

어머니는 꽃을 쫗아하지만 좀처럼 구경을 가는 법이 없다 지난봄에는 구례지나 하동 가자는 말을 흘려보냈고 또 얼마 전에는 코스모스 피어 있는 들판을 둘러보자는 나의 제안을 세상 쓸데없는 일이라 깍아내렸다 어머니의 꽃구경 무용 논리는 이렇다 앞산에 산벚나무와 아팝나무 보이고 집앞에 살구나무 있고 텃밭 가장자리마다 수선화 작약 해당화 백일홍 그리고 가을이면 길가의 국화도 순리대로 피는데 왜 굳이 꽃을 보러 가느냐는 것이다 만원 한장을 몇 곱절로 여기며 살아온 어머니는 이제 시선까지 절약하는 법을 알게된 듯하다 세상 아까운 것들마다 아낀다는 것이다

[박준 '마중도 배웅도 없이' 창비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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