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밤은 충전기다 / 박정식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3. 23. 06:27

밤은 충전기다 / 박정식

 

종일 열심히 일하다가
피곤해진 아빠

한 밤
푹 자고 일어나선

-아함! 충전 잘됐다. 또 힘이 나는 걸.

휘파람 불며
아침 일찍
일터로 나가신다.

해님도

그러신다.

(동시집 ‘자전거 보조바퀴’, 아침마중, 2015)

 

[시의 눈]
낮과 밤, 이 둘은 서로 대조적이며 맞서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음양의 이분법적 잣대로 갈라치기 돼 맞섬과 대결의식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자칫 이분법적 대립은 단절과 갈등의 씨앗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좀 더 넓은 시각으로 이 둘을 바라보면 어떨까? 이 둘은 지극히 상보적이며 조화로운 대상으로 기능한다. 서로 다른 속성을 지니면서도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개별성을 유지하면서 서로를 필요로 하는 파트너가 된다. 빛이 없으면 어둠도 없다. 어둠이 없으면 빛도 없다. 낮과 밤은 균형을 이루며 상호 결곡한 의존관계를 맺고 있다. 낮과 밤은 현상적 차원에서 보면 차별상을 지니지만 실재의 본성은 대등한 것이다. 이 장면은 사뭇 ‘원융무애’와 상통한다. 모든 존재의 궁극적인 모습은 한결같이 평등해 현상과 이치가 서로 걸림이 없고, 나아가 차별적 현상의 존재 상호 간에도 원융무애하는 법이다. 이런 이치와 맥락을 동심화자는 꿰뚫어보고 있다. 아빠가 어젯밤에 푹 주무시고 나서 “아함! 충전 잘 됐다. 또 힘이 나는 걸.” 하면서 일터로 나간다. 아빠의 새 활기는 그대로 해님으로 전이된다. 해님도 밤사이 충전을 한 후 아빠처럼 상쾌한 새날을 열곤 하는 것이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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