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움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무엇 때문에 그 누구도 아닌 이 한 사람인 걸까요?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거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 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수없이 오랜 세월 존재조차 없다가 왜 갑자기?
모든 시간과 지평선을 뛰어넘어 왜 하필?
어째서 해조류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닌 걸까요?
무엇 때문에 지금일까요? 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강아지처럼.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
다른 이가 아닌 오직 이 사람인 이유는 무엇일까요?
나 여기서 무얼 하고 있나요?
수많은 날들 가운데 하필이면 화요일에?
새들의 둥지가 아닌 사람의 집에서?
비늘이 아닌 피부로 숨을 쉬면서?
잎사귀가 아니라 얼굴의 거죽을 덮어쓰고서?
어째서 내 생은 단 한 번뿐인 걸까요?
무슨 이유로 바로 여기, 지구에 착륙한 걸까요?
이 작은 혹성에?
수없이 오랜 세월 존재조차 없다가 왜 갑자기?
모든 시간과 지평선을 뛰어넘어 왜 하필?
어째서 해조류도 아니고 강장동물도 아닌 걸까요?
무엇 때문에 지금일까요? 왜 단단한 뼈와 뜨거운 피를 가졌을까요?
나 자신을 나로 채운 것은 과연 무엇일까요?
왜 하필 어제도 아니고, 백 년 전도 아닌 바로 지금
왜 하필 옆자리도 아니고, 지구 반대편도 아닌 바로 이곳에 앉아서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걸까요?
마치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강아지처럼.
- 비스와바 심보르스카(1923~2012)
폴란드의 여성 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의 시집 <끝과 시작>은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시집으로 손꼽히곤 한다. 투명하고 담백한 언어, 명랑한 보편성으로 읽는 이를 조용히 압도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시는 무엇을 가르치려 하지 않으면서도 삶의 고갱이를 넌지시 전해준다. 줄곧 이어지는 열일곱 개의 물음표가 보여주듯이, 시인은 끊임없이 질문한다. 새도 물고기도 식물도 아니고, 해조류도 강장동물도 아닌 인간으로서 지구라는 작은 혹성에서 살아가는 우리는 종종 되묻는다. ‘나는 왜 하필 바로 지금 여기에 이렇게 있을까.’ ‘인간의 인간됨은 어떻게 주어지는 것일까.’ 하지만 우리는 쉽게 답하지 못한다. 이 질문들은 우리의 존재 자체가 설명할 수 없는 우연성 속에 놓여 있음을 환기한다. 여기서 ‘경이로움’은 특별하거나 희귀한 대상을 보며 느끼는 찬탄이 아니다. 너무나 익숙하고 자명하기까지 한 사실 앞에서 나라는 존재를 제대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 놀라울 뿐이다. “어두운 구석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을 독백을 읊조리고 있는” 인간을 시인은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으르렁대는 강아지”에 비유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시는 질문인 동시에 고백이기도 하다.
[경향신문 나희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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