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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 포루그 파로흐자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6. 3. 16. 06:21

선물 / 포루그 파로흐자드

 

나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해 말하려 하네
나 저 깊은 어둠의 끝에 대해
깊은 밤에 대해
말하려 하네

사랑하는 이여
내 집에 오려거든
부디 등불 하나 가져다주오
그리고 창문 하나를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내가 엿볼 수 있게

- 포루그 파로흐자드(1935~1967)


이란의 여성 시인이자 영화감독인 포루그 파로흐자드는 가부장적인 관습과 금기에 맞서 불꽃 같은 삶을 살다가 서른두 살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짧은 생애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다섯 권의 시집을 남겼다. 아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영화 <바람이 우리를 데려다주리라>도 파로흐자드의 시에서 따온 제목이다. 이 시는 “나 저 깊은 밤의 끝에 대해 말하려 하네”로 시작되지만, 밤의 절망에 대해 자세히 들려주지는 않는다. 다만, 화자는 사랑하는 이에게 “등불 하나” “창문 하나”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한다. 이 선물은 자신을 둘러싼 깊은 어둠을 밝힐 뿐 아니라 타인의 행복을 엿보기 위한 것이다. 그녀의 다른 시들에도 ‘등불’과 ‘창문’ 이미지가 자주 등장한다. 어둠을 밝힐 ‘등불’이 자신에게는 없다는 인식, 그리고 세상이 온통 벽으로 가로막힌 것 같은 느낌 때문이리라. ‘창문’은 피신처이자 세상을 보고 듣기 위한 통로이기도 하다. “나에게는 하나의 창문이면 충분하다”(‘창문’)고 썼던 시인은 타인의 따가운 시선과 공격을 받으면서도 창문 너머의 사람들을 사랑했다. “저 깊은 밤의 끝”은 시인의 실존적 고독과 고통을 담고 있지만, 전쟁 중인 이란의 상황을 떠올리니 평화를 염원하는 시로 읽히기도 한다. 등불을 들고 다니며 “행복 가득한 골목의 사람들”을 엿볼 수 있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경향신문 나희덕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