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서커스 / 이동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1. 26. 14:08

서커스 / 이동우

 

그녀는 웃으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

억지로 당겨진 입꼬리, 몰래

꼭두각시 줄을 끊어낸 그녀 입속에

가시가 돋쳤다, 빨리

콜을 당기라는 팀장의 고함 소리

몸속 불이 켜졌다

하루 수백통의 전화를 받으며

문신처럼 새긴 억지웃음과 높은 톤의 목소리는

퇴근 후에도 검질기게 이어졌다

센서라도

달린 듯

다가오기만 하면 저절로 탁,

켜지는 불, 반복되는

막무가내식 항의 전화로 그녀의 귓속에는

침이 고였다 조명 뒤에서 웃는

피에로의 눈물이 진해졌다 그러거나

말거나 벨, 소리, 아슬아슬한

줄타기는 계속되었다

상황판이 달아올랐고 마스크 탓에

귓등이 쓰러졌다 질끈 눈감아도

서커스는 끝나지 않았다

불이 꺼졌다 켜질 때마다

옆자리 직원들이 하나둘 사라졌다

세상을 한번 뒤집어야 하는데

허구한 날 자기 속만 뒤집어 진다는 동료

사무실 빈자리에서 도깨비불이 

날아다녔다

[이동우 '서로의 우는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창비 2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