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방문 / 안미옥
얼음 구덩이 속에 한 사람이
아직도 구덩이를 파고 있다
깊은 곳엔 다른 것이 있을 거야
믿고 싶은 사람의 손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간다
얼음투성이의 손을 가진
사람의 뺨은 붉고
밖에 세워진 수족관이
통째로 얼어 있다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함께 얼어버린 것을 본다
정지된 채로 움직이고 있는
꼬리와 지느러미
한 사람은 계속해서 구덩이를 판다
다음의 다음을 만나려고
언제까지 파내려가게 될까
잠속에서는 모두가
살아 있기 위해 움직인다
안미옥(1984~)
아직도 구덩이를 파고 있다
깊은 곳엔 다른 것이 있을 거야
믿고 싶은 사람의 손이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간다
얼음투성이의 손을 가진
사람의 뺨은 붉고
밖에 세워진 수족관이
통째로 얼어 있다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함께 얼어버린 것을 본다
정지된 채로 움직이고 있는
꼬리와 지느러미
한 사람은 계속해서 구덩이를 판다
다음의 다음을 만나려고
언제까지 파내려가게 될까
잠속에서는 모두가
살아 있기 위해 움직인다
안미옥(1984~)
당신은 어느 날 한 가정을 방문한다. 당신이 문을 열자 “얼음 구덩이 속에 한 사람”이 있었다. 다음날 또 방문했을 때, 그 사람은 아직도 차가운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얼음투성이의 손”으로 점점 더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그는 계속해서 더 깊이 구덩이를 팠다. 여기에 다음이 있어. “다음의 다음”을 묻어두었어.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집 밖에는 “수족관이 통째로 얼”고 있었다. 집 안에서 함께 살던 것들이 밖에서 얼고 있었다. 당신은 “정지된 채로 움직”이는 물고기들의 “꼬리와 지느러미”를 봤다. 집 안에서는 한 사람이 무자맥질하듯 계속해서 구덩이를 파고 있었다. 상처가 고드름처럼 매달린 얼음의 집이었다. 그 고드름에 자신도 찔리면서, 자신도 구덩이가 될 때까지 아래로 내려갔다. 오로지 “다음의 다음을 만나”기 위해서.이 모든 것은 잠 속 꿈이었나. 꽁꽁 얼어버린 그의 집처럼 당신도 얼기 시작할 때, 누군가 당신 밖에서 얼음을 깨기 시작한다. 모두가 조금씩 움직인다. 함께 살아가기 위해서.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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