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작시(作詩) / 안천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0. 20. 06:24

작시(作詩) / 안천덕

 

바위에 구멍 뚫어
밧줄 꿰기

어리석은 자는 물 가운데서도
목이 마르듯

시흥(詩興)을 다루기가
콧구멍 없는 사람이다
(시집 ‘갈대숲 속삭임’, 도서출판 아세아, 2013)

[시의 눈]
어린 날 나무에 올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애당초 가능성을 믿고 선뜻 오르겠거니 도전했다가 더 이상 올라가기도, 내려가기도 쉽지 않았던 어설프고 섣부른 도전 말이다. 호기롭게 덤벼들어 나무를 탔지만 중간쯤 매달려 위를 쳐다보면 두렵고, 아래를 내려다 보면 어질머리가 빙빙 돌던 아찔한 심리적 경험을. ‘작시’가 그렇다. 문학을 꿈꾸며 늦깎이에 자정을 넘기면서까지 치열하게 모국어와 고투하는 화자의 치열한 몸부림이 상상된다. 오죽하면 시 쓰기 작업을 ‘바위에 구멍 뚫어 /밧줄 꿰기’라고 고백하고 있을까. 짤막한 형식의 시 창작, 그게 무슨 대수겠냐고 호기롭게 덤벼들었다가 된통 올가미에 걸려든 자신을 어쩌지 못하고 후회하고 성찰하고 있질않는가. 그만큼 시쓰기는 지난한 과정을 겪을 수밖에 없는 정신노동이 틀림없음을. 시를 써 본 사람이라면 익히 피부로 느껴 아는 일. 하나의 사물을 나타내는 데는 단 하나의 단어만 적합하다 했던 플로베르의 ‘일물 일어설’이 상기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마땅한 시어 하나를 얻기 위해, 거듭 읽어봐도 양이 차지 않은 시적 목마름 때문에 잠을 설치고 좌절하고 넘어져야 하는 일이 창작이라는 것을. 자기 반영의 메타시 ‘작시’가 풍자적으로 보여준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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