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의 섬 안좌도 / 고정선
고향 집 매화 가지에
온달 같은 얼굴 걸어
토청색 바다 시김새로
점과 직선의 가락 풀면
소우주 빛의 울림 속
안좌도가 별이 된다
화폭 가득 갯바람
고향길 서성인 붓
산자락 새와 사슴
구름 걷어 달항아리에
은빛 강 맨발로 건너
무지개로 걸렸다.
(시집 ‘노을 든 몸 아득하다’, 고요아침, 2024)
[시의 눈]
별이 돼 반짝이는 섬이 있다. 은근한 자부심으로 살아있음을 시늉하며 볼록볼록 숨쉬는 조용한 섬이다. 토청색 바다 시김새로 점과 직선의 가락을 한 땀 한 땀 풀고있는 품격있는 예술의 섬, 수화 김환기가 태어나고 자란 안좌도다. 김환기는 한국적 서정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추상미술 세계를 구축한 거장이다. 서구 모더니즘을 한국적 서정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달, 도자기, 산, 강, 나목(裸木), 꽃, 여인 등 한국적 소재를 통해 한국의 전통미와 풍류의 정서를 절제된 형식으로 표현했다. 안좌도에 그의 고택이 있다. 유년 시절과 청년기 푸른 바다와 깊고 넓은 밤하늘을 바라보며 캔버스 장인으로서의 꿈을 키운 공간. 길옆 야트막한 돌계단이 비스듬히 놓이고, 널찍하고 정갈한 마당에 표지석과 솟을 대문이 적절한 거리에 자리한다. 안쪽에 안채와 사랑채가 유토피아처럼 나그네의 발길을 끌어들인다. 시인은 안좌도와 가까운 섬 출신이다. 새와 사슴과 구름이 화폭에 떠흐르는, 달항아리에 그리움이 풀어 감기는, 수화의 예술혼이 무지개로 걸린 이웃 섬을 동경하며 그 또한 시혼을 담금질하였을 터. 고향이 그리워 은빛 강 맨발로 건너던 화백처럼 시인 또한 맨발로 푸른 물결을 물수제비하며 웅혼한 예술혼을 좇아 날아가는 꿈을 참 많이 꾸었을 것이다.
<광주매일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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