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면증 / 엘리자베스 비숍
화장대 거울 속 달은
수백만 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본다,
(아마도 스스로 자부심을 느끼며,
하지만 절대, 절대로 미소 짓지 않는다)
잠 못 들고 아득히 멀리, 혹은
달은 낮에 자는지.
우주로부터 버림받으면,
달은 지옥에나 가버려, 말할 것이고,
곧장 물웅덩이나 거울을 발견하고는,
그 안에 깃들 것이다.
그러니 걱정 따위 거미줄로 싸서
우물에 처박아 버리길.
뒤집힌 세상에서는,
왼쪽이 항상 오른쪽이고,
그림자가 진짜 몸이며,
우리는 밤새 깨어 있고,
하늘은 지금 바다 깊이만큼 얕으며,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
엘리자베스 비숍(1911~1979)
불면의 밤에 시인은 거울 속 달을 보고 있고, 달은 “수백만 킬로미터 너머를 바라”보고 있다. 달은 한없다. 달은 무수히 많다. 세상에 수많은 사람이 올려다보고 있으므로. 수많은 물웅덩이와 강물 위에 뜨고 있으므로. 시인이 본 거울 속에 비친 “뒤집힌 세상”에서는 “왼쪽이 항상 오른쪽”이다. “그림자가 진짜 몸”이다. 나는 허상이고, 내가 본 모든 것들도 다 뒤집혀 있다. 이런 존재론적 불안 속에서도 시인에게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는 것. 이는 뒤집힌 세상에서도, 당신이 나를 간절히 사랑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아닐까. 내가 당신을 더 사랑하므로 모든 세상이 거울 속에 여러 겹으로 나타나듯이. 그렇게 거울 속으로 흘러가는 생각과 생각 사이에서 시인은 잠 못 들었을 것이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정면이 아닌 뒷면이거나 그림자일지도 모른다. 오늘도 어두운 불면의 밤을 보내는 사람들. 달을 거울 속에서 꺼내 보는, 불안에 잠식당한 사람들에게 시인은 “걱정 따위는 거미줄”로 꽁꽁 싸서 깊고 깊은 “우물에 처박아 버리”라고 말한다.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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