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지 / 이영광
약손가락은 옛날에
탕약 젓던
손가락이라 해요
약 손가락
무명지는 무명지,
이름 없는 손가락
눈에 잘 안 띄는
그냥 넷째 손가락
나는 넷째요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는
우리 집 노인이 저도 모르게
열심열심 깨무는 치매의
넷째 손가락
많이 아프진 말아야지
자꾸 깨물리진 말아야지 하며
약처럼 약속처럼 남은 생은
당신과 나아보고 싶어요
오늘 밤 피가 지나가는 당신 무명지에
외반지를 끼우며
우리, 이름 없기를
피프티
오늘 밤 당신이 내 무명지에
끼우는 외반지
후생의 사랑 같은 사랑의 후생 같은
피프티
이름은 없기를
[이영광 '살 것만 같던 마음'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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