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그림자 숲 / 조온윤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6. 17. 14:30

그림자 숲 / 조온윤

 

나무가 아니라

나무의 그림자가 우거져있었다

우는 건 새가 아니라 새의 마음이었다

 

숲으로 가 숲을 보는 대신

눈을 감고 숲의 고요를 떠올렸다

잠을 자려다 문득

내가 원하는 건 잠이 아니라

잠 속의 산책이 아닐까

행복이 아니라

행복한 사람들이 아닐까

 

숲의 그림자와

그림자의 숲

잠 속에서 나는 어딜 걷고 있는 걸까

 

새는 안 보이는데 자꾸 새의 그림자만

날개를 펄럭이며 날아갔다

누군가 날아가는 새떼를 가리키는데도 여전히

발밑에 떨어진 그림자만 보고 있었다

거기서

새의 마음을 찾으려는 것처럼

 

눈을 뜨지 않아도

눈꺼풀 너머로 볼 수 있었다

새를 기르지 않아도 새를

사랑할 수 있는 것처럼

 [조온윤 '햇볕 째기' 창비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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