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라 맛 보려면 / 허유미
소라 맛을 보러왔다가
술 한 잔 먹고 소라 몇 번 씹고
소라 맛 좋네 하는 손님에게 엄마는 말했다
고추 맛을 보려면 수백 개의 해와
수백 개의 달과 수만 개의 빗방울을 생각한 다음에야
아삭한 고추 맛을 아는데
소라 막을 보려면 마라도끝에서부터 오는 물살과
수십 번의 숨비소리를 생각한 다음 먹어야
소라의 고소함을 알 수 있어요
아주메 소라 맛 알다가 세월 끝나면 어쩌요
소라 잡다 세월 끝나는 사람도 있으니
소라 맛 알다 세월 끝나는 사람도 있어야지요
소라 팔며 자식 키우다 세월 끝나는 부모가 있으면
부모 맘 알려고 세월 끝나는 자식도 있을 테고요
오늘 먹은 소라가 세월 끝 바라보는
여든 할머니가 잡은 소라예요
나를 힐끔 돌아보지 않고
해녀 식당 지붕 들썩이도록 큰 소리로 말한다
[허유미 '우리 어멍은 해녀' 창비교육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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