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눈 그치고 잠깐 햇살 / 김선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 10. 11:01

눈 그치고 잠깐 햇살 / 김선우

 

지저분한 강아지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던

동해 바닷가 막횟집 평상아래

눈 그치고 잠깐 햇살,

일어나 몸을 턴 강아지가 저편으로 걸어간 후

 

동그랗게 남은 자국,

그 자리에 손을 대본다

따뜻하다

다정한 눌변처럼

 

눈 그치고 살짝 든 평상아래 한뼘 양지

눌변은 눌변으로서 완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주 조그맣더라도

 

조그만 나뭇잎 한장 속에

일생의 나무 한그루와 비바람이 다 들어 있듯이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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