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그치고 잠깐 햇살 / 김선우
지저분한 강아지가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던
동해 바닷가 막횟집 평상아래
눈 그치고 잠깐 햇살,
일어나 몸을 턴 강아지가 저편으로 걸어간 후
동그랗게 남은 자국,
그 자리에 손을 대본다
따뜻하다
다정한 눌변처럼
눈 그치고 살짝 든 평상아래 한뼘 양지
눌변은 눌변으로서 완전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아주 조그맣더라도
조그만 나뭇잎 한장 속에
일생의 나무 한그루와 비바람이 다 들어 있듯이
[김선우 '나의 무한한 혁명에게' 창비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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