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사건 / 오규원
피곤한 인질의 잠이
소집당하고 있다
탐욕의 어둠 허위의 어둠이
오늘 하루를 이끌고 온 당신의 엉큼한 협상의 눈이
소집당하고 있다
거리에 깔린 불안을 다리로 질질 끌며 이
아름다운 밤의 식탁에 초대되고 있다 (중략)
24시간 1440분 86400초가, 차례로
검토되고 있다
- 오규원 '무서운 사건' 부분
운명이 우리의 주인이라면 주어진 삶이란 어떤 의미에선 인질과 같은 게 아닐까. 삶은 시간에 저당 잡히기 때문이다. 피곤한 잠을 자다가도, 불안을 질질 끈 채로 소집되고 체포되어 운명의 탁자 앞에 앉아야 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라고 시인은 이야기한다. 그것은 매일 24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이자 8만6400초 동안 끊이지 않는 사건이다. 욕심으로 가득했던 시간들, 거짓으로 자신을 포장했던 그 모든 시간들은 언젠가 누군가로부터 헐벗겨지는 순간이 온다. 밤의 식탁으로 모든 것들이 모여들면 두 손을 맞잡아야 하는 그때가 오고야 만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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