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찻잔을 들고 / 정호승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0. 10. 14:11

찻잔을 들고 / 정호승

 

찻잔을 들고 고요히

마음을 담지 못하고

찻잔을 떨어 뜨렸네

 

하늘의 마음은커녕

차를 끓인 당신의 마음조차 담지 못하고

흘러간 마음을 찾아다니다가

그만 찻잔만 떨어뜨렸네

 

당신을 속이는 일이

나를 속이는 일인 줄도 모르고

내 일생은 당신을 속이는 일로 무척 바빴네

 

오늘도 찻잔을 들고 고요히

먼 산을 찾다가

산새의 마음도 담지 못하고

찻잔을 깨뜨리고 돌아서우네

 [정호승 '슬픈이 택배로 왔다' 창비 2022]

728x90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네 집에 술 익거든 / 김육  (0) 2024.10.11
가을 예찬 / 류우석  (0) 2024.10.11
인식론 / 진은영  (0) 2024.10.10
손 / 백무산  (0) 2024.10.10
아침 골목1 / 조은  (0) 2024.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