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는 비가 내려 / 유혜빈
여긴 신호동 앞이에요. 밤낮으로 비가 많이 내렸어요. 손금이 흠뻑 젖을 때까지 내렸어요 금세 후드득, 다 젖었어요. 가만히 비가 내리는구나, 비를 맞고 있으면 머리부터 주르륵하고, 빗방울이, 눈을 지나서 볼까지 주르륵하고, 지나가는 할머니에게 우산을 주세요. 우산을 버리고 비를 맞고 있는 사람은 무슨 생각이에요. 너는 좀 비를 맞아도 돼, 하고 구석까지 밀고 가는 사람이에요? 너는 좀 맞아야 하는 애야. 너는 감기에 좀 걸려도 돼. 흠뻑 앓고 흠뻑 깨어나 다른 사람이 되어야 해. 이 모습으로는 안 돼. 그런 걸까요? 변덕이 많아 비가 내리다 말다 해요. 흠뻑 젖었는데 날씨가 개어버려서, 허망하더라도, 어서 집에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비는 그쳤고, 우산은 다른 곳에 있지만, 당신은 머리 위로 우산을 씌우세요. 내가 당신 마음에 들게 살아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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