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비 / 고정희
가슴 밑으로 흘려보낸 눈물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모습은 이뻐라
순하고 따스한 황토 벌판에
봄비 내리는 모습은 이뻐라
언 강물 풀리는 소리를 내며
버드나무 가지에 물안개를 만들고
보리밭 잎사귀에 입맞춤하면서
산천초목 호명하는 봄비는 이뻐라
거친 마음 적시는 봄비는 이뻐라
실개천 부풀리는 봄비는 이뻐라
오 그리운 이여
저 비 그치고 보름달 떠오르면
우리들 가슴속의 수문을 열자
- 고정희 作 '봄비'
봄비는 이쁘다. 도무지 오지 않을 것 같았던 봄의 소식을 알려주니까.
유난히 겨울이 길고 추웠다. 그래서인지 멀리서 온 소식처럼 내리는 봄비가 더욱더 반갑다. 봄비 소리와 함께 강물이 풀리고, 땅에서 새싹이 돋고, 버드나무에는 푸른빛이 돌기 시작했다. 어찌 봄비가 이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중국의 시성 두보는 "좋은 비는 시절을 알아 내린다"고 했다. 봄비는 시절을 알고 내리는 비다. 너무도 반갑고 이쁜 비다.
[매일경제신문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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