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 신용목
세상의 모든 돌은 언젠가 비석이었거나 비석이 될 것이다
돌을 녹이는 불이 있다지만
시간이 데려간 글자들이 바람에 새겨져 있을 것이므로
내 숨으로 드나드는 그들의 일생 또한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차고 누런 달이 떠서 어두운 창문으로 모두 끌고 가는것처럼
혼자인 밤을 끌고 저 빛의 어둠속으로 가는 것처럼,
사라진 시간의 그림자
죽음
슬픔
분노
어둠속에서는 항상 인간이 깨지고 있다. 이번 생의 시절을 모른채 서둘러 내게 온 청춘처럼
그 방 유리창에는 돌맹이가 날아온 흔적이 있다.
거절된 고독이 있다.
겨울은 배를 뒤집은 채 하얗게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시간의 배를 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모든 물고기는 결국 익사하고
고독은 해부되지 않는다.
다만
깨진 유리창을 닦다가 손으 베었을 때
뒤편으로 멀어지다 그대로 밤이 되는 눈동자 속 지진으로 뻗어가는 핏줄처럼
지금은 누군가 뭉쳐 던진달 하나의 밤.
내가 한걸음 나설 때 인류가 움직인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안개라는 부스러기,
희고 거대한 바위가 시간의 협곡 속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 어딘가에 바다라고 불리는 익사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몸은 천천히 쏟아진다.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완곡한 청원 / 매요신 (0) | 2023.02.10 |
|---|---|
| 나의 자작나무 / 강신애 (0) | 2023.02.09 |
| 새 / 곽재구 (0) | 2023.02.08 |
| 페달이 돌아간다 / 임경섭 (0) | 2023.02.08 |
| 맴돌다 / 천양희 (0) | 2023.0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