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 신용목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2. 9. 07:06

얼음은 깨지면서 녹는다 / 신용목

 

세상의 모든 돌은 언젠가 비석이었거나 비석이 될 것이다

 

돌을 녹이는 불이 있다지만

 

시간이 데려간 글자들이 바람에 새겨져 있을 것이므로

내 숨으로 드나드는 그들의 일생 또한 끝나지 않았다고 믿는다

 

차고 누런 달이 떠서 어두운 창문으로 모두 끌고 가는것처럼

혼자인 밤을 끌고 저 빛의 어둠속으로 가는 것처럼,

 

사라진 시간의 그림자

죽음

슬픔

분노

 

어둠속에서는 항상 인간이 깨지고 있다. 이번 생의 시절을 모른채 서둘러 내게 온 청춘처럼

그 방 유리창에는 돌맹이가 날아온 흔적이 있다.

거절된 고독이 있다.

 

겨울은 배를 뒤집은 채 하얗게 떠오른다.

 

그러나 이제 시간의 배를 따는 일 따위는 하지 않는다. 모든 물고기는 결국 익사하고

 

고독은 해부되지 않는다.

다만

 

깨진 유리창을 닦다가 손으 베었을 때

뒤편으로 멀어지다 그대로 밤이 되는 눈동자 속 지진으로 뻗어가는 핏줄처럼

 

지금은 누군가 뭉쳐 던진달 하나의 밤.

 

내가 한걸음 나설 때 인류가 움직인다.

 

내가 한 걸음 나설 때

안개라는 부스러기,

희고 거대한 바위가 시간의 협곡 속으로 천천히 굴러가는 모습이 보인다.

 

세상 어딘가에 바다라고 불리는 익사자들의 거대한 무덤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몸은 천천히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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