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달이 돌아간다 / 임경섭
모두 아홉이었네
자전거 한대씩은 장만할 나이였네
비가 온 다음 날
흙탕물 잔뜩 불어난 강둑에 모인 우리는
어디론가 가고 싶었네
누군가 강둑길 끝까지 가볼까 물었지만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 않았네
말을 꺼낸 아이조차
한동안 말없이 서로의 눈치를 살폈네
강둑길 끝에는 버려진 흉가가 있다고
누군가 말했네
누구도 그 말을 두려워할 수 없어서
너 나 할 것 없이
가자 가자 외쳤네
그곳은 너무나 먼 곳이어서
해가 지기 전에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고
누군가 말했네
누구도 그 말에 겁내지 않으려고
너 나 할 것 없이
상관없어 상관없어 소리쳤네
사실 그곳에 흉가가 없을 거란 걸
누구나 짐작하고 있었네
우리가 무서워했던 건 목소리였네
엄마들은 한결같이
자전거를 타고 큰길에 절대 나가지 말라고 말했네
우리는 표정 안에 표정을 숨긴 채
페달을 밟았네
따라오는 아이의 옷을 적시기 위해
우리는 물웅덩이 위를 지나가곤 했네
그때마다 선명하게 드러나는 바큇자국
뒷바퀴는 당최 앞바퀴와 마주치치 않았네
속도를 줄이며 중심을 잡을 때마다 아주 가끔씩
뒷바퀴는 앞바퀴의 길을 가로질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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