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과 친해지기 / 박경리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독사 하이에나도 있었지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 박경리 作 <옛날의 그 집> 중
박경리 선생은 시도 썼다. 그가 말년에 남긴 시들을 보면 유독 외로움에 대한 성찰이 많다.
선생이 한 시절 혼자 살았던 집에 대한 회고가 가슴에 와닿는다. 특히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는 구절 앞에서는 고개가 숙여진다.
나이 들수록 외로움과 친해져야 한다. 누가 뭐라 해도 결국 생은 혼자 하는 전쟁이기 때문이다. 생은 그래서 숙연하고 아름답다. 잘 고독하자. [경향신문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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