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오지 /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 정호승 '여행' 부분
여행지는 여행자를 타지의 이방인으로 만든다. 그러나 우리의 여행지는 타지가 아닌 타인이어야 한다고 시인은 말한다. 사람의 마음이야말로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곳, 쉽게 가닿을 수 없는 곳 아니던가. 풍경만 바꾼다고 해서 여행이 아니다. 마음을 바꿔야 진정한 여행이 시작된다. 그곳으로 떠나서 돌아오지 말라고, 나의 존재가 먼지가 될 때까지 타인의 마음에 거하라고 시인은 말한다. 타인을 향하는 여행은 왕복을 전제하지 말아야 한다. 옆 사람 손을 잡고 함께 떠나고 싶은 날들이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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