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때 교수님에게 아침에 본 풍경을 이야기한 적 있다.
“학교 오는 길에 카페에 들러 손에 들린, 이 커피를 샀어요. 커피를 들고 교문 쪽으로 향하는데 종아리가 나뭇가지처럼 앙상한 할아버지가 리어카를 끌며 폐지를 줍고 있었어요. 거리는 찬란한데 할아버지는 허리를 수그린 채 고생하고 있어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어요. 커피를 등 뒤로 숨기고 가만가만 걸었어요. 무더운 날 저는 팔자 좋게 냉커피를 홀짝이며 길을 걷고, 저 할아버지는 왜 이토록 고생해야 하는 걸까. 문득 인간의 삶이 기이하게 느껴졌어요.”
이야기를 들은 교수님은 딱 한말씀을 하셨다.
“그게 부처가 평생 고민한 일이란다.”
어릴 때 어른들은 “가난은 나라님도 못 구한다”고 했다. 어린 나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가난한 사람을 어떻게든 구제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시의 제목인 ‘수도국산’은 인천에 있는 산이다. 옛날엔 가난한 서민들이 이 근처에 달동네를 이루고 살았다고 한다. 네 식구가 단칸방에 모여 자던 시절, 시의 화자는 도둑이 들었는데 홀로 깨어있다. “자는 척 / 이불 속에 누웠는데” 고장 난 비디오를 들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조용히 나가는 도둑이 옆집 아저씨라니! 이 시에서 도둑이 더 가련하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모두 가난하던 때 옆집에 들어가는 도둑의 심정과 그걸 가만히 지켜보다 놀랐을 어린이의 심정이 짐작돼서일까. 이제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이 많아져 도둑과 소매치기 수가 줄었다. 그땐 참 도둑이 왜 그렇게 많았을까?
[농민신문 박연준 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늦은 시 / 마거릿 애트우드 (0) | 2026.04.05 |
|---|---|
| 누가 사는 것일까 / 김경미 (0) | 2026.04.03 |
| 자판과 좌판 / 노창수 (0) | 2026.04.03 |
| 추위를 견디는 꽃 / 포조 (0) | 2026.04.03 |
| 꽃의 시작 / 박승민 (0) | 2026.04.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