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과 좌판 / 노창수
시를 쓴다 자판 위에
생각 묻은 컴퓨터에
안개 걷혀 기운 시장
시든 부추 썩은 망고
골라서
가벼워 지려다
시의 좌판 시끄럽다
-한국현대시조대사전
시의 고통, 삶의 고통
컴퓨터로 시를 쓴다. 자판에는 시인의 온갖 생각들이 묻어 있다. 마치 온갖 상품들이 놓여 있는 시장의 좌판과 같다. 정성을 다해 쓰고 또 고쳤건만, 퇴고를 끝내고 보니 불만투성이. 마치 떨이 무렵 시장 좌판의 시든 부추, 썩은 망고와 같다. 이를 어쩌나, 들어내고 고치느라 부산하다. 마음에 차는 표현을 찾느라 시의 좌판이 시끄럽다.
시인이 시를 쓰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꼭 시 쓰는 일만 그러할까? 생각하고 선택하는 세상의 모든 일들이 다 그러하지 않을까? 노창수 시인의 작품들에는 유독 그런 흔적이 많다. 시인은 마음 홀가분한 시를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것이다.
노 시인은 전남 함평 학교면에서 태어나 조선대학교에서 박사 과정을 졸업했다.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1979), 한글문학에 평론(1990), 시조문학 천료(1991)로 등단했다. 박용철문학상을 받았고, 광주문인협회장을 지냈다.
[유자효 시인 중앙일보]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누가 사는 것일까 / 김경미 (0) | 2026.04.03 |
|---|---|
| 수도국산 / 민구 (0) | 2026.04.03 |
| 추위를 견디는 꽃 / 포조 (0) | 2026.04.03 |
| 꽃의 시작 / 박승민 (0) | 2026.04.02 |
| 지속력 / 유이우 (0) | 2026.03.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