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근 / 이동우
비틀어 짰다. 새벽꿈에서 건진 방을
흐르는 것들은 머리맡에 고였다
휘둘리지 않으려고 뒤척이다보면
이불 밖으로 두 발이 삐져나왔다
아무리 밤과 안개를 갈라놓아도
밤안개는 자욱했다
자려고 누우면 누군가 내게 말을 걸어왔다
'언젠가'는 슬픈말이다
듣는 이 없는 잠꼬대를 이어갔다
품속에 내 방을 숨겨 출근한 날들
전화벨 소리가 옷장까지 들어차곤 했지만
이부자리와 함께라서 조금은 안심되었다
잠귀를 찌르는 소음
내가 탕진한 고요 탓일까
그는 식은 커피를, 나는 뜨거운 커피를
상처라고 말했다
"고요에서 만나"
그는 시간을 말하지 않은 채
어제 꿈만 질겅질겅 씹었다
황급히 따라나선 밤 계단
무픞에 붙은 시퍼런 껌을 씹으려다 말았다
내 꿈속을 유유히 걷는 그를 보며
나는 방을 잃어버린 사람처럼 두리번거렸다
빛 부스러기 던져주며 키운 어둠이 결국
촛불을 잡아먹었다는, 그런 악몽이 빼곡히 적힌 일기장
굳은 촛농 밑 시옷 받침 한개가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내발 같아서
슬쩍 덮어주었다
[이동우 '서로의 소리를 배운 건 우연이었을까' 창비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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