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의 막잔 / 이백
이별주로 취한 게 며칠째런가.
연못가 누마루를 두루 찾아다녔지.
언제쯤 석문산 앞길에서 만나,
다시 술 단지를 열게 될는지.
가을 물결은 사수 위에서 출렁이고,
바닷빛은 조래산을 환하게 비추네.
흩날리는 쑥처럼 각자 멀어질 터,
우선 손에 든 술잔이나 다 비우세.
(醉別復幾日, 登臨徧池臺. 何時石門路, 重有金樽開.
秋波落泗水, 海色明徂徠. 飛蓬各自遠, 且盡手中杯.)
―‘노군 동쪽 석문에서 두보를 전송하다(노군동석문송두이보·魯郡東石門送杜二甫)’ 이백(李白·701∼762)
이별의 슬픔이 술로 달래지려나. 두 사람은 헤어지기 직전까지 며칠을 취해 지내며 주변 나들이에 나선다. 마음속으로 재회의 시간을 되묻지만 앞날은 불확실하다. 그래도 그 불확실함을 버티게 하는 힘은 함께 술 마시고 걸었던 시간의 축적일 테다. 산천경개는 그저 이별에 무심하다. 강물은 더 넓게 흔들리고, 먼 산은 더 환하다. 마음은 갈라지는데 풍경은 외려 윤기가 난다. 이 대비가 이별을 더 쓰리게 만든다. 그런데도 이백의 송별은 호방하다. 벼슬도, 기댈 자리도, 확정된 내일도 없지만 막잔부터 비우자고 한다. 막잔을 함께 하는 한, 이별이 허무로만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듯이.
이백이 두보를 위해 쓴 작품은 4편, 반면 두보는 20여 편에서 이백을 언급한다. 이런 비대칭이 왜 생겼을까. 두보가 소수의 사람들과 깊게 교유하며 감정을 치밀하게 기록했다면, 이백은 폭넓은 교유와 호탕한 성격 탓에 제 마음을 작품 속에 자주 담진 않았을지 모른다. 여기에 당대에 누린 압도적 명성까지 감안하면 둘 사이 시편의 격차가 이해될 것도 같다.
[동아일보 이준식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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