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평형수 / 강경화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2. 22. 06:06

평형수 / 강경화

 

물살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물을 싣는다
누구도 볼 수 없는 배 밑바닥 깊숙이
먼 항해 가라앉지 않게 지탱해줄 적당의 무게

흔들려도 가게 하는 보이지 않는 물
사랑 슬픔, 그리움, 혹은 후회 같은
세상은 늘 출렁이고 나는 자주 기운다

오늘을 살아가는 균형을 잡아 줄
당신이란 이름을 가슴에 채운다
기우는 나를 지탱하는 내 안의 평형수
(시조시집 ‘그늘 속 얼룩무늬’, 다인숲, 2025)

[시의 눈]
무게중심이 높아지면 배는 기울게 된다. 자꾸 기울면 전복될 위험성이 높다. 이때 평형수를 넣는다. 배의 무게가 커져 무게중심이 낮아지게 된다. 그제야 배의 균형점이 맞게 된다. 살아가는 모습은 외줄타기와 같다. 살아가는 동안 외줄에서 내려올 수 없다. 하루하루 살얼음 걷듯 미끄러지지 않으려 안간힘을 다한다. 허방 딛지 않으려고 바싹 몰입하며 균형 잡기를 시도한다. 자칫 미끄러지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치열한 인생이란 무대, 그것은 외줄 타기를 방불케 한다. 너른 바다를 떠가는 한 척의 자그만 배, 그 또한 인생을 말하고 있다. ‘사랑 슬픔, 그리움, 혹은 후회 같은/세상은 늘 출렁이고 나는 자주 기운다’의 언술에 드러난 자기 직시와 존재론적 대응은 생의 외줄 타기의 신산함이 묻어있다. 수시로 풍랑이 일어 배는 흔들린다. 인생의 항해 그 또한 끊임없는 흔들림을 맞는다. 인간의 욕망이 자초한 흔들림, 눈을 낮게 두지 않고 높은 곳만 향하기 때문이 아닐까. 외줄을 무사히 건너려거든, 삶의 항해를 무사히 마치려거든, 무게중심을 낮춰야 한다. 시선을 낮은 곳으로 향할 필요가 있다. 인생이란 배에 나직이 평형수를 저장해야 한다. 시인은 생의 항해 법칙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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