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코트 / 윤초롬
코트 안의 품이 너무 넓다 품 넓은 코트들이 흔들린다 비좁은 버스 안에서 왜 죄다 품 넓은 코트를 입고 있는 거지 왜 이런 게 유행하는 거지 다른 사람의 품을 빼앗고 싶은 사람들처럼 문득 부끄러워지고
창문이 열린다 이 정도 추위라면 버틸 만하다
시련이라고 말할 수 없다 (후략)
- 윤초롬 '추모 공원' 부분
비좁은 버스에서 시인이 느낀 문제는 추위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의 지나치게 넓어진 품이다. '왜 모두가 이렇게 입고 있는가'란 물음은 '왜 우리는 이토록 자신을 감싸야만 하는가'란 질문이기도 하다. 불안의 시대, 모두가 과잉의 자기 보호에 빠져 있는 건 아닐까. 그러나 시인은 부끄러움 속에서 차라리 창밖의 차가운 공기를 택하고, 그 추위를 시련이란 단어로 과장하려 들지도 않는다. 자신의 고통을 확대 해석하지 않겠다는 절제, 그건 삶의 한 자세다. 겨울 출퇴근길마다 떠오를 법한 시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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