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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예술디카시 & 시 공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2. 22. 06:21
토요 예술디카시 & 시 공부

오늘은 강영준 시인의 디카시와 박기범 시인의 시를 텍스트로 감상하겠습니다.


그런 말씀 작작하시오

나도 사실 기쁜 소식
전해 본 적 없지만
요즘 너무들 하시오

더구나, 저의
뱃바닥 같은 소리까지


_강영준


자신의 몸 일부가 검은 줄도 모르면서 남의 흉을 보고 다니는 사람을 ‘까치 뱃바닥만 보는 사람’이라고 한다. 까치는 목을 돌려 봐도 자기 몸의 검은색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고개를 숙이면 배 부위의 흰색 털이 보이므로, 자신의 몸은 희다고 생각한다는 뜻이다. 그래서 '까마귀는 검다'라고 오히려 비웃고 다닌다는 것이다. 위 디카시는 인터넷 중계기 안테나를 보며, 뭔가를 말하는 것 같은 까치를 포착하여 “저의/ 뱃바닥 같은 소리까지” 한다라며 '까치'라는 화자를 동원한 시대의 헛소리들을 비웃는 풍자 시(諷刺詩)다.

공중에서 벌어지는 전투기의 싸움을 도그파이트(dogfight)라고 한다. 이 싸움에는 눈으로 상대를 보면서 싸우는 시계내(視界內) 공중전도 있지만, 보이지 않지만, 전자병기로 싸우는 시계외(視界外) 공중전도 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세상의 기득권과 정치인들에 의해 자기들끼리의 도그파이트같은 공중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한 가운데 있는 형편이다. 그들은 서로 국민을 위하는 일이라고 하면서도 국민의 평균적 상식이나 이치에도 맞지 않는 "까치 뱃소리"를 내 뱉고 있다. 따져보면 자기들의 이익이 우선인 게 대부분이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이용 당하고 있는 사람들인지도 모른다.

“그런 말씀 작작하시오”라는 제목에서 작작(鵲作)은 '까치가 지어낸 헛소리'라는 뜻이다. “나도 사실 기쁜 소식/ 전해 본 적 없지만/ 요즘 너무들 하시오”라고 했다. 사람들이 까치를 기쁜 소식 전해주는 길조(吉鳥)라는 거짓말 이미지를 덧 씌웠지만, 까치는 농부가 피땀 흘려 농사지은 과일의 맛있는 부분을 닥치는 대로 파먹는 해조(害鳥)라고 한다. 오히려 까마귀는 벌레나 해충을 없애주는 인간에겐 유익한 새다. 그래서 '까치 뱃바닥 소리'는 "까치보다 못한 인간 군상의 헛소리자 개소리"라는 뜻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해리 G 프랭크퍼트’ 교수(프린스턴대)의 저서 ‘개소리에 대하여’를 상기할 필요가 있다. 거짓은 진실을 왜곡하여 상대방의 오해를 유도하는 행위이지만, ‘개소리(bullshit)’는 거짓소리보다 더 큰 문제를 야기한다. 거짓말하는 사람은 적어도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나, 개소리하는 사람은 그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릴 수만 있다면 양심의 가책도 없이 해버린다. 어떤 사람은 그것을 애국심이라고 포장하고, 어떤 사람은 예술적으로 사람을 홀리기도 하는데, 그 소리도 자꾸 듣다 보면 진실과 혼돈되기도 한다. 그 개소리의 세계적 중심이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고, 각 나라의 정치 지도자가 그 정점에 서 있는 사람이라고 한다. 이젠 동맹이나 우방, 적국에 관계없이 국수주의적 아무 말 대잔치가 판을 친다. 신뢰를 회복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오히려 배척받는 시대에 접어든 느낌이다. 왜 이런 현상이 난무하는가? 자기 진영에 도움이 되는 개소리는 싸움 잘 하는 '개벼슬'이 되기도 하고, 개소리를 예술적 경지로 하는 사람은, 국민은 죽든 말든 자기 출세하는데 유리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유튜브 등을 운영하면 팬덤(fandom)이 생겨서 돈과 명성을 얻기도 하는 기막힌 현실 때문이기도 하다.

기존 언론은 팩트체크 역할도 잘 안 하고 개소리에 둔감하거나 동조하기까지 하고, 진실한 소리는 외면받기도 하지만, 시를 쓰는 사람만이라도 ‘탈진실’(Post-truth)과 개소리(bullshit)의 공화국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시인은 가장 순정한 언어를 다루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시인조차 진실을 덮는데 부역하면 사회는 알게 모르게 새로운 암흑기 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오늘 강영준 시인의 저 디카시는 그런 사회현상에 던지는 문제적 화두다. 시나 디카시는, 매끄럽게 잘 쓴 신변잡기보다는 시대를 꿰뚫는 문제적 시가 훨씬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그런 울림이 여기저기에서 터져 나와야 세상이 바뀐다.
강영준 시인은 정말 열심히 시와 디카시를 쓰는 분이다. 그리고 수준도 높지만, 더불어 가기 위해 스스로 수고와 협조를 아끼지 않는 우리의 보배같은 분이다.



나는 글쟁이다


박기범


시집 한 권 없는 손도
가끔은 이름을 얻는다

호명은 눈처럼 오지 않고
예술인 협회의 문은
입을 다문 채 서 있다

나는 그 앞에서
시간의 옷자락을 잡고
서성였다

손바닥에는
연필이 남기고 간 온기
말들이 넘어지다 남긴


세상은
나를 부르지 않았고
이름표는
배달 사고처럼 사라졌다

그때
한 사람이 걸어왔다

내가 엎질러 놓은 단어들을
무릎 세워 앉히고
울음 대신 숨을 가르쳤다

시가 되지 못한 문장은
그의 눈에서
비로소 심장을 얻었다

그 눈은
내 손을 대신해
침묵의 등을 켰다

팬이라 불린 그는
사실 밤의 직업인
등불이었다

매일 밤
내 글의 호흡에 귀를 대는
조용한 간호사

나는 아직
시인의 신발을 신지 못했다

그러나
누군가의 마음에
문장 하나가
불을 켠다면

시집은 없어도
오늘만은 의지가
꿈되어 나를 재운다



박기범 시인의 위 시는, 시단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말하고 있다. 아무리 열심히 시를 쓰고 있어도 "호명은 눈처럼 오지 않고/ 예술인 협회의 문은/ 입을 다문 채 서 있다"라고 한탄한다. 그러면서 "나는 그 앞에서/ 시간의 옷자락을 잡고/ 서성였다"라고 한다. 강호의 문청들이 겪는 현실이다. 아무리 좋은 시를 쓰고 있어도 누가 찾아와서 손을 잡아주거나 문을 열어 주지 않는 게 우리 시단의 현실임을 정확히 짚고 있다. 그리고 손내밀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사람에 대한 섭섭함이 묻어있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다"라는 답을 나는 하고 싶다. 이 세상은 옛날에 비해서 시인이 넘쳐나는 시대다. 전국의 문창과를 통하거나 신춘문예, 각종 문예지를 통하여 배출되는 시인의 숫자는 자꾸만 불어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진짜 시를 잘 써도 누가 불러주지 않는다. 메이저급이나 A급 시 전문지의 문턱은 굉장히 높다. 신춘문예는 일 년에 시인 한 명을 뽑는다. 명망 있는 문예지도 많아야 일 년에 2명~4명 정도 신인을 뽑는다. 그러니 누가 찾아와서 손잡아 주리라고 믿는다면 순진한 생각이다. 신춘문예에 당선해도 자기가 능동적으로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가만히 문학판에서 사라진다.

시인이 되는 방법은 여러 갈래가 있지만, 자기가 직접, 열심히 문을 두드려야지만 열릴 듯 말 듯 하다. 그러나 2류 3류 종합문예지는 이런 틈새를 노려서 함부로 시인이나 작가라는 명찰을 달아주지만, 그런 곳으로 잘 못 등단하면 그 꼬리표 때문에 평생 시단의 주류에 끼이지 못하게 된다. 그런 현실을 모르는 사람들은 상당한 비용을 들여서라도 등단하기도 한다. 그것이 자기 발목을 잡는 것인 줄 처음에는 잘 모른다. 빨리 등단하는 것 보다 제대로 된 곳으로 등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늘 박기범 시인의 시를 소개하는 김에 시단의 현실을 우리 회원들에게 한 번쯤 알려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서다.

시업의 길은 혼자 가면 십리 가기도 힘들지만 문우들과 함께 가면 없는 길도 만들어지고 계속 갈 수 있다. 시단(詩壇)도 따지고 보면 치열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이 전쟁터는 성능 좋은 시라는 무기를 잘 사용해야 살아남는다. 그리고 개인주의적이거나 잘난 척 하면 배척 받는다. 그래서 튼튼한 모지(母誌)를 갖지 않으면 어려운 문학환경이다. 등단을 위해서는 자신이 직접 노력해야 한다.

또한 등단을 한 모지를 튼튼하게 만들어 가려는 노력이 있어야 그것이 밑거름이 되어서 언젠가는 빛을 발하고 꽃이 핀다. 자기의 유불리를 따라서 여기저기 기웃거린 사람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 나중엔 시단이 다 알게 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시 전문지를 운영해 보니, 시인 한 사람을 정식 단계를 거쳐서 등단시키는 데는 상당한 정도의 비용이 든다. 당선자에게 주는 상금과 심사비 등이다. 현실이 이러니 시인을 등단시키는데는 부담이 따른다. 그러나 2류 3류 종합문예지에서는 상금을 주거나 제대로 된 심사위원을 위촉하지 않으면서도 등단하는 시인에게 상당한 부담을 안기는 사례가 허다하다. 잘못하면, 시인 등단장사라는 오명을 뒤집어쓸 수 있기 때문에 명망있는 시 전문지는 여러명을 한꺼번에 등단 시키지도 않는다. 특히 종합문예지는 시와 시조, 수필 동시까지 여러 명을 등단시키는 사례가 있는데 잘못하면 내 돈 쓰고 시단에서 배척받는 꼬리표를 다는 꼴이 된다.

내가 손을 잡아주고 싶은 예비 시인이 눈에 띄어도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나중에 엉뚱한 소리를 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기에 본인이 갈급하게 문을 직접 두드리지 않으면 쉽게 시인의 이름으로 호명하기가 쉽지 않음을 여러분이 이해하면 좋겠다. 아무리 시인의 이름표를 달고 싶어도 본인이 가만히 있으면 평생 시인의 신발을 신을 수 없다. 우리의 모지《시와비평》에도 매호 20명에서 많게는 40명 넘는 사람이 시인이 되고 싶어 작품을 보내오지만, 작품의 수준, 발전 가능성, 그리고 그 사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인성 등을 참고하여 신중하게 신인을 시단에 소개함을 참고하시기 바란다.

요즘 박기범 시인은 열정적으로 시를 쓴다 회원들이 본받아야 할 일이다. 위 언급한 내용을 잘 참고해서 조금만 노력하면 좋은 시인이라는 이름을 분명 얻을 것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듯, 무쇠 가마솥이 데워지는 것처럼 천천히 그리고 오래가야 한다. 센불에 얹은 냄비는 쉽게 끓어 넘치거나 냄비가 타버린다. 센불 찾아 여기저기 기웃거리면 될일도 안 되는 것이 시단의 현실이다.

[글_ 이어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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