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달나라의 돌 / 박형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2. 19. 11:47

달나라의 돌 / 박형준

 

아라비아에 달나라의 돌이 있다

그 돌 속에 하얀 점이 있어

달이 커지면 점이 커지고

달이 줄어들면 점이 줄어든다

 

사물에게도 잠자는 말이있다

하얀 점이 커지고 작아지고 한다

그 말을 건드리는 마술이 어디에

분명히 있을 텐데

사물마다 숨어 있는 달을

꺼낼 수 있을 텐데

 

당신과 늪가에 있는 샘을보러 간 날

샘물 속에서 울려나오는 깊은 울림에

나뭇가지에 매달린 눈이

어느 새 꽃이 되어 떨어져

샘의 물방울에 썩어간다

그때 내게 사랑이 왔다

 

마음속에 있는 샘의 돌

그 돌 속 하얀 점이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동안

나는 늪가에서 초승달이 되었다가 보름달이 되었다가

그믐달로 바뀌어간다

[박형준 '줄무늬를 슬퍼하는 기린처럼'  창비 2020]

 

*풀리니우스의 말이라고 함. 헨리데이비드 소로 '달빛속을 걷다' 민음사 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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