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무서운 얼굴 / 김사인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1. 24. 11:17

무서운 얼굴 / 김사인

 

겁에 질린 한 사내 있네
머리칼은 다복솔 같고 수염자국 초라하네
위태롭게 다문 입술 보네
쫓겨온 저 사내와
아니라고 외치며 떠밀려온 내가
세상 끝 벼랑에서 마주 보네
손을 내밀까 악수를 하자고
오호, 악수라도 하자고
그냥 이대로 스치는 게 좋겠네
무서운 얼굴
서로 모른 척 지나는 게 좋겠네
- 김사인 '거울'

과거는 타자이며, 씻을 수 없는 얼룩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옛날의 나 자신은 늘 나를 뒤쫓아오며 시간은 벼랑 끝에서 지친 서로를 대면케 한다. 내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나와, 부디 나였어야 했던 나 사이에서 우리는 홀로 고독하게 서서 상대를 바라본다. 찬 바람 부는 계절이면 고단했던 한 해의 나를 안아주고 싶다. 고생했노라고 이제 평안하라고. 하지만 그때 그 시절의 내가 부끄러워 우리는 과거를 회피한다. 화해할 수 없는 최후의 인간, 그것이 바로 나다.
[매일경제신문 김유태 문화스포츠부 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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