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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예술디카시 & 시 공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11. 10. 13:32
토요 예술디카시 & 시 공부

오늘은 최재우 시인의 디카시 한 편과, 윤기환 시인의 시 한 편을 텍스트로 공부하겠습니다.


오리발

좋아한다 사랑한다
죽기 살기로 따라다니고
할 거 못 할 거 다 하고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데
인제 와서


_ 최재우


위 디카시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일어날법한 사랑과 배신, 뻔뻔함에 관한 이야기다.
주목 나무 무성한 잎 위에 얹힌 낙엽 한 장을 전경(前景)으로 내세우고, 후경(後景)인 배신에 관한 표현이 어우러져서 해학적 메타포(metaphor)가 명징한 전경화에 성공 했다. 녹음방초의 시절을 지나서 깊은 가을의 찬바람 불기 시작하는 자연에 빗대어 사랑의 허망함을 노래한 것 같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한 자기변명과 거짓말, 적반하장, 내로남불 현상에 대한 묵직한 경고로까지 확장된다. 영국 속담에 “새빨간 거짓말”과 “하얀 거짓말”이 있다. 상대를 속이려는 나쁜 마음으로 하는 진짜 거짓말이 새빨간 거짓말이고,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한 선한 거짓말이 하얀 거짓으로 본 것이다.

위 디카시의 제목이 ‘오리발’이므로 믿음을 배신한 새빨간 거짓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좋아한다 사랑한다”라며 사랑의 맹약을 했고, “죽기 살기로 따라다니고/ 할 거 못 할 거 다 하고/ 찬 바람 불기 시작하는데/ 인제 와서” 오리발을 내밀다니?! '나쁜 ×'이라고 독자는 후렴을 넣을 수밖에 없다. 원래 배신(背信/Betrayal)이라는 말은 ‘믿음을 등진다’라는 뜻으로 서로 간의 신뢰 관계를 통한 암묵적 합의 사항을 어기는 행위를 말한다.

우리나라는 서양에서 300여 년에 걸쳐서 이뤘던 산업화와 선진화를, 전쟁으로 폐허가 된 잿더미 위에서 불과 50~60년 만에 산업화를 이루고, 선진국에 진입한 세계 유일의 위대한 나라다. 그러나 기적은 이뤘지만 기쁨은 잃어 가고, 배고픔은 해결했는데 배아픔은 해결하지 못한 사회라는 탄식이 여기저기에서 나온다. 오리발이 만연하고,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너무 많다. 오늘 저 디카시의 지적대로 ‘오리발’이라는 불신적 세상을, 믿음의 세상으로 바꾸는데 작은 힘이지만 우리가 먼저 일조해야 한다. 왜냐하면 예술디카시는 인생미문학(人生美文學)을 추구하므로 한 편의 좋은 시가 나비효과를 발휘하는 큰 흐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재우 시인은 디카시로 등단한 후 많은 디카시를 발표했고 '잃어버린 A'라는 제목의 디카시집을 세상에 내놨으며, 여러 활동을 통한 디카시의 전도사다. 위 디카시처럼 쉬우면서도 동의할 수밖에 없는 많은 시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가끔 통속적인 내용으로 신선도가 떨어지는 경우를 본다. 물론 디카시가 어떤 특수한 단어나 사건만은 아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일반적인 언어와,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사사로운 일들을 새로운 의미로 조합하여 낯설게 하는 디지털 시문학이다. 항상 말하지만, 디카시는 사진의 작품성과 시적 수준이 어느 정도 새로움의 격을 갖추고, 서로의 합(合)을 이뤄야지만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될 수 있음을 잊지 말자는 뜻이다.



등대


윤기환


어둠이 파도 위로 기어오를 때
한 줄기 빛이
검푸른 바다를 가른다

등대지기의 손끝에서
밤은 깃발을 내리고
외로운 그림자들의
눈동자에 길을 밝힌다

파도는 삭막하게 부서지고
짠 소금의 기억이
창가에 스며
작은 별빛을 그린다

그가 돌아서면
등불은 등대를 떠나
저 멀리서
다시 그를 부르는 파도 소리

아침이 오기 전
빛은 바다의 어둠 위로
가느다란 은하수가 되어
잠든 별들을 깨운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캄캄하여 앞길이 분간되지 않는 현실을 맞닥뜨릴 때가 있다. 그러나 크든 작든 목표가 있는 사람은 반드시 길을 찾아낸다. 반대로 목표 없이 떠도는 사람은
혼란 속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결국 멈춰버리고 만다. 일이 힘들면 금방 포기하고, 작은 실패에도 쉽게 좌절하고 세상을 원망하는 사람은 실패를 예약한 사람이다. 하지만, 이뤄야 하는 목표가 뚜렷한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그 목표가 마치 등대처럼 방향을 제시해 주기 때문이다. 위 시에서 그런 의미를 찾자는 것이다.

“어둠이 파도 위로 기어오를 때/ 한 줄기 빛이/ 검푸른 바다를 가른다”

파도치는 바다에 어둠이 몰려와도 시인은 한 줄기 빛을 발견하고 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인간관계에서 삭막함을 느낄 때가 더러 있다. 공연히 질투하고 미워하고, 심지어는 진실을 확인하기도 전에 낙인을 찍어서 해코지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결코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현실에 낙담하고 주저앉는다면, 그 해코지를 한 사람이 승리자가 되는 모순을 맞이하게 된다. 그러므로 원인을 제공하지 않는 일도 중요하지만, “말이 아니면 무시하고,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는 속담처럼 대범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작은 일도 시시콜콜 따지면서 해결하려고 집착하며, 일희일비하는 사람은 그릇이 작아서 큰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이다. 가만히 있으면 바보가 되는 줄 알지만 사실은 그 반대다. 가만히 두면 거의가 해결된다. 진실은 아무리 가리려해도 언젠가는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전투적으로 살지 않아야 인간관계에서 승리한다.

"성공하려면 좋은 사람을 만나라"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사람은 없다. 다만 그런 사람을 내가 만드는 것이다. 상대에게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그 사람도 나에게 좋은 사람이 될 확률이 높다. 자기의 성질과 남에게 베풀지 않은 것은 생각지 않고, 남이 나에게 잘 대우해 주기를 바라는 것은 놀부 심보다. 사람은 주는대로 돌려받는다. 또한 좋은 사람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옆에 있다. 다만 내가 그를 좋은 사람으로 만들지 못할 뿐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그가 최고의 인연임을 깨닫는 순간, 그 사람은 내 삶을 밝혀주는 등대가 된다. 다시 말하거니와 등대는 멀리 있지 않다. 지금 인연들이 등대다. 그리고 그 등대는 스스로 빛을 발하지 않는다. 에너지를 공급해주어야 한다. 그 에너지를 내가 제공하면 그는 나를 밝혀주는 등대가 된다.

오늘 위 시는 작품성을 논하기 앞서 "나는 과연 누구에게 등대가 되었던가?"라는 물음을 나 스스로에게 던져보며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기에 여러분께 소개 했다.


_ 이어산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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