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手語) / 홍영숙
나비의 날갯짓이다
손으로 그려내는 말
손등에 다른 한 손을 세워 화답한다
허투루 날리는 말 하나 없다
내 품 안의 고향같이 말 없는 화음
끄덕끄덕 서로에게 와닿는 고갯짓이
따뜻하다
눈동자 속에 사는 고운 꽃밭이 피어오른다
교감 없이 흩어지는 세상 말 속에
얼마나 맑은 나눔인가
이 밤,
환한 등불 같은 마음아
(시집 ‘조각보를 깁다’, 시와 사람, 2022)
[시의 눈]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통의 장을 열어가는 수어의 애틋한 놀림, 그것은 마음과 마음을 잇는 아름다운 내면의 교감을 전제로 한다. 메마른 현대사회의 기계음과 메카니즘이 지배하는 날카로운 금속성의 시대일수록 순수감성의 고향처럼 말없이 스며드는 화음은 다분히 인간적이다. 간절한 표정의 손짓, 몸짓의 이 소통방식은 마음을 다해 뿜어내는 언어이기에 지극히 휴머니즘을 표방하면서 따뜻한 감성시대를 맛보게 한다. 사랑을 백 마디, 천 마디의 말로 표현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수어의 짧은 손놀림은 그 자체가 사랑의 불길이며 포용이다. 상호 간의 정직한 나눔이자 공명이며 존중의 가치를 의미한다. 수화는 불완전에서 완전으로,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가는 다리이다. 어둠에서 광명으로, 닫힘에서 열림으로, 끊임없이 긍정의 가치를 지향하는 강도 높은 공감의 예술이자 삶의 역동성을 환기한다. 알맹이 없이 허공에 흩어지는 세상의 온갖 번지르르한 건성의 언어가 오죽 많은가? 그럴싸한 말의 홍수 속에서 이 맑고 진실됨이 빛나는 등불 같은 언어야말로 쉬 사라지지 않을 정신의 향기를 품고 있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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