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 우은주
그의 이력은 바람의 잠수부
허공에 가르마를 타서 문설주를 세우고
달빛 아흔아홉 칸에 아파트 발코니를 놓는다
밖은 춥고
뼈를 모아 어서 빨리 높이 탑을 쌓으라고
1301호와 1302호가 찾아와 조정실 문을
두드린다
두 개의 꼭짓점을 빙빙 도는 지브 아래
트롤리에는
아직도 그의 손톱이 끼워져 있다
끼기긱―
작고 연약한 손톱이 보드랍게 파쇄될 때
‘아름다운 라이프를 위해’
‘모두가 꿈꾸는 가치 있는 삶’을 보장하려고
매일 아침 영끌한 누군가의 타워마스트가
올라간다
철심 박힌 정강이 우는 밤마다
가난을 꿰맨 자리에서는 슬픔이 자라고
부러진 어둠 위에 무거운 외투 걸쳐 둔 그가
산소 호흡기를 둘러매고 다시 허공 아래로
자맥질한다
우은주(1973~)
허공에 사람이 있다. 날개도 없는데, 지느러미도 없는데, 허공에 떠서 가는 사람. 그는 “바람의 잠수부”다. 먹고살기 위해, 허공을 갈라 “문설주를 세”운다. “달빛 아흔아홉 칸”마다 “아파트 발코니”를 놓는다. 아파트 건물이 올라갈수록 타워크레인도 올라간다. 타워크레인이 높이 떠 있다는 건, 하늘 높이 건물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 “1301호와 1302호”가 찾아와 그가 앉은 “조정실 문을” 두드린다. “끼기긱-” 바람을 가르며 회색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며, 하얀 달빛을 흩뜨리며 올라간다.
아파트나 건물은 누군가에게는 가질 수 없는 신기루이다. “모두가 꿈꾸는 가치 있는 삶”은 그 신기루를 잡기 위한 것인가. 높은 타워크레인으로 올라가 위태로운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올라가서 내려오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누가 그들을 허공으로 몰아갔는가. 바다 같은 허공에서 다시 “허공 아래를 향해 자맥질”하는 그런 사람이 있다.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재미있는 병 / 조기호 (0) | 2025.10.27 |
|---|---|
| 가을의 역설 / 김성옥 (0) | 2025.10.27 |
| 다섯 살 섬 / 허유미 (0) | 2025.10.27 |
| 무화과나무 아래의 회심 (0) | 2025.10.24 |
| 비에 씻긴 가을 / 제기 (0) | 2025.10.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