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세콰이어 길 / 임순희
심장이 타다 못해 나도 몰래 나온 말
너무 보고 싶었다 그 한마디 흘리고
밤낮이 바뀐 줄 모르고 그 자리에 서 버렸다
텅 비었던 허공이 차오르고 가뭇없어
볼수록 천 길 바닷속 같은 너의 눈
너 가고 나를 비우니 긴 터널만 남아 있다.
(시조시집 ‘마지막 잎새 붉은 노래’, 고요아침, 2024)
[시의 눈]
시인의 메타세콰이어 길은 외롭다. 하늘 찌를 듯 키를 키운 나무들의 푸르름, 그 성장 앞에서 낮고 낮아진 자아를 바라본다. 그러고 보니 메타세콰이어 길은 자신의 내부로 파고들어 성찰의 열림을 유도하는 길이 돼주었다. 우람한 무리들, 그 속에 둘러싸임과 포위당함은 문득 자신의 왜소함을 느끼게 한다. 삶의 아이러니다. 동시에 이 장면은 지긋한 고적감을 촉발한다. 떼 지어 흐르는 거대한 무리들의 위압감, 이는 개개인에게 한없는 고독을 유발한다. 군중 속의 고독, 대중 사회 속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이들, 현대사회가 낳은 부조리의 페르소나들이다. 마치 무대 위에서 연기하면서도 막이 닫히면, 관객이 썰물처럼 빠져나가 홀로 남아버린 배우가 맛보는 고독감 같은 것. 고독한 자아는 자기도 몰래 보고 싶다는 말을 허공에 뱉는다. 메타세콰이어 앞에 작아진 만큼 사무친 목소리는 절실하다. 밤낮이 바뀐 줄 모르고 그 자리 우뚝 서 버릴 만큼 자아의 내면 빛깔은 외롭고 서러운 것. 동일한 공간이지만 환경에 녹아들지 못한 채 심리적 단절감은 가뭇없이 옥죈다. 하지만 추스르며 만나야 할 대상이 있다. 긴 터널도 뚫고 나아가야 한다.
<광주매일신문 윤삼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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