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멀라이프 / 강성은
무인 세탁소에서 누군가의 이불이
무인 카페에서 음악이
무인 제과점에서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무인 정육점에서 어제 죽은 동물이
무인 부동산에서 무너진 집들이
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
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 없는 곳에서
인간 없이도
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너는 현관문을 열고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밖으로 옮긴다
나를 잘못 쓴 원고처럼 구겨져 던진다
무인 자동차가 나를 치고 지나간다
무인 우주선이 꿈의 궤도를 돈다
나는 나로부터 점점
이제 여긴 아무도 없네요
나는 비로소 숨을 쉬어본다
손톱과 모발이 해변의 잡초들처럼 자라난다
강성은(1973~)
무인 카페에서 음악이
무인 제과점에서 밀가루와 버터와 설탕이
무인 정육점에서 어제 죽은 동물이
무인 부동산에서 무너진 집들이
무인 도로 위에 식물들이
무인 책방에서 글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인간 없는 곳에서
인간 없이도
버린 것과 잊어버린 것들이
움직이고 있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너는 현관문을 열고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밖으로 옮긴다
나를 잘못 쓴 원고처럼 구겨져 던진다
무인 자동차가 나를 치고 지나간다
무인 우주선이 꿈의 궤도를 돈다
나는 나로부터 점점
이제 여긴 아무도 없네요
나는 비로소 숨을 쉬어본다
손톱과 모발이 해변의 잡초들처럼 자라난다
강성은(1973~)
우리가 꿈꾸는 미니멀라이프는 무엇일까.
많은 사람이 미니멀라이프를 말하지만, 그것이 품은 이상으로부터 점점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모든 것을 버리기로 한” 당신은 집 안의 물건을 하나씩 버리지만, 물건은 다시 집 안 가득 넘친다. 집은 보관창고가 된다. 차고 넘치는 생활의 과잉들, 넘치는 상표와 말들. 우리는 “인간 없이도” 돌아가는 24시간 “무인” 세탁소, 카페, 제과점에 간다.
시인은 “무인 우주선”을 타고 “나로부터 점점” 멀어지기 위해 “꿈의 궤도”를 돌고 돈다. 그곳에서 “이제 여긴 아무도 없네요” 외치며 “비로소 숨을 쉬어”본다. “해변의 잡초들”처럼 “손톱과 모발”은 계속 자라난다. 쓸모없는 우리들의 욕망도 사라졌다가, 다시 더 큰 욕망이 되어 세계를 조금씩 망가뜨리고 있다.
[경향신문 이설야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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