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추나무 고사하다
마당 귀퉁이 햇살이 머무는 그 자리에 대추나무 한 그루 서 있던 날이 있었다 봄이면 푸른 이파리로 속삭이고 가을이면 붉은 열매로 웃던 묵직한 그림자 아이들 웃음처럼 흔들렸지 어느 날 잎은 더 이상 돋지 않고 줄기엔 금이 가고 껍질 아래 물기마저 말랐다 새들도 날지 않고 바람도 스치지 않는 가지 끝에 시간만이 내려앉았다 고사했다는 말은 죽었다는 말이 아니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아직 그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말라버린 등걸만 남았지만 뿌리는 여전히 땅속에서 한 시절을 되 뇌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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