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너는 선생님이었다
아침 햇살은 평소처럼 눈부셨고
너는 교복을 단정히 여민 채
주머니 속 손을 꼭 쥐고 있었다
'선생님입니다'
낯선 말 한마디에
교문은 아무 의심 없이 열렸고
너는 그 틈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마음
책상 위 쌓여가는 걱정들
교실의 소음보다 더 큰
속삭임 같은 불안
너는 도망친 게 아니라
잠시라도 숨고 싶었던 거겠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정확히 말할 수 없으니까
나는 아직도 네 뒷모습을 기억해
작고 말 없는 용기
세상이 너무 거칠어서
선생님이라는 이름 뒤에
숨을 수밖에 없었던 너를
돌아오지 않아도 괜찮아
하지만 언젠가
네 이름으로 당당히 걸어 들어오는
그 날을 나는 기다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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