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평의 시간

봄2 /이동주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8. 13:10

2 /이동주

 

연지빛 더운 구름에

, 비로소 어지러운 나의하늘,

 

아름아름 밝아오는

귀설은 소리

이제사 나의절벽은 뚫리는가.

 

이끼 입은 돌부처도

피가돌아

나의 그리움에 사윈 청춘의 부활.

 

서라벌 한나절을 무지개로

, 새로 돋는 이름에 취해오네.

 

「봄2」는 같은 시인 이동주의 작품이지만, 앞선 「봄」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와 감정의 흐름을 보여줘요. 이 시는 강렬한 감각적 이미지, 내면의 변화, 그리고 되살아나는 생명감이 물씬 느껴지는 작품이에요.


시의 해석과 감상

1. “연지빛 더운 구름에 / 아, 비로소 어지러운 나의 하늘,”

  • '연지빛'은 붉고 따뜻한 색감으로, 봄의 기운 혹은 격정적인 감정의 전조로 읽을 수 있어요.
  • '어지러운 나의 하늘'은 내면의 혼란 혹은 변화의 전조. 이전과는 다른 봄이 다가오며 정서적 혼란이나 벅찬 감정이 일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2. “아름아름 밝아오는 / 귀설은 소리”

  • ‘아름아름’은 흐릿하게, 조금씩 조금씩 밝아오는 모습. 봄이 오는 감각의 이미지화예요.
  • ‘귀설은 소리’는 아마 ‘귀설(耳說)’, 즉 귓속말 같은 소리, 또는 은은한 봄의 소리로 읽혀요. 자연의 소리가 감각적으로 스며드는 순간.

3. “이제사 나의 절벽은 뚫리는가.”

  • 절벽은 단절, 고립, 극한의 상황 등을 상징하는데요, 여기선 내면의 막혀 있던 감정이나 상처가 봄을 계기로 해소되려는 희망을 담고 있어요.

4. “이끼 입은 돌부처도 / 피가 돌아”

  • 무정하고 생명 없는 ‘돌부처’에조차 피가 돈다는 건, 그만큼 강렬한 변화와 생명력의 복귀를 암시해요.
  • 겨울 같던 침묵과 고요 속에서 청춘의 부활이 일어나고 있어요.

5. “나의 그리움에 사윈 청춘의 부활.”

  • 여기서 ‘사윈’은 휘감긴, 또는 녹아든 의미.
  • 그리움이라는 감정이 매개가 되어, 청춘의 기억 혹은 감정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죠.

6. “서라벌 한나절을 무지개로 / 아, 새로 돋는 이름에 취해오네.”

  • ‘서라벌’은 고대 신라의 수도로, 시간성과 역사성을 더해줘요.
  • ‘한나절을 무지개로’ 표현한 건, 짧은 순간이지만 아주 강렬하고 찬란하다는 뜻.

마지막 구절은 새로운 탄생, 혹은 새로운 정체성의 출현을 기뻐하고 취해버리는 찬란한 봄의 절정을 표현합니다.

 정리하자면

「봄2」는 봄을 단순한 계절이 아니라 내면의 절벽을 녹이고, 죽었던 청춘을 다시 살리는 생명력으로 그리고 있어요. 화자는 이제서야 자신의 세계가 뚫리고, 새로이 태어나려는 감정에 휘감기며 그 변화를 감각적으로 노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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