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꽃밭과, 흡혈 / 박연준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5. 4. 1. 13:51

꽃밭과, 흡혈 / 박연준

 

안경처럼 늙고 싶어

 

먹이를 발견한 짐승이

세상을 압인하는 동작으로

 

늙고 늙어버려

흰 망토에 휩쓸리고 싶어

순간에 백년을 살게 한다는

캄캄한 눈동자에 한방,

 

얼어버린다면 어떨까

녹아버린다면 어떨까

 

시들기 위해 터지는 폭죽아래 집을 짓고

버섯이 되는 우리들

하하

사람처럼 느린 꽃이 어디있담 피었다 지기까지

 

웃으며

날아가는 민들레

 [박연준 '베누스 푸디카' 창비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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