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사랑(1970년대) / 이영광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4. 10. 15. 11:31

사랑(1970년대) / 이영광

 

그애는 부모를 사랑한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는데

집에는 그런 말이 없었는데

사랑하는 부모님이 고생하신다고

원고지에 적었다

어젯밤 부서진 집이 아침까지 치워지지 않았는데

'사랑'이라는 시제가 나오자

입에 침이 고이고 낯이 달아올랐다

사랑이라니 사랑이라니,

그 말이 좋았다

고생하는 어른이 될 고생하는 어린이

그애는 침 묻혀 꾹꾹 눌러적어도

자꾸 지워질 것 같은,

집에는 못 가져갈 그 말이좋았다

아는 말, 배워서 다 아는 말,

이해하지 않는 그 말이 좋았다

 [이영광 '살 것만 같던 마음' 창비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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