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무언가를 잘 안다고 하면 의심하게 된다. 장자라면, 당신이 아는 것을 어떻게 안다고 확신할 수 있는지 물었을 게다. 차라리 ‘알다가도 모를 일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의 어깨에 기대고 싶다. 아는 것은 모르겠고, 모르는 것은 더 깊이 모르겠는 시절!
이 시를 읽으며 ‘한숨 같은 안심’이 도착했다. 아카시아와 아까시의 차이도 모른 채, 아카시아 향기를 좋아한다고 외친 날이 길었다. 길 가다 아카시아향을 맡으면 어릴 적 사먹은 아카시아향이 나는 껌이 생각나고,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가 떠오르고, 향기의 출처를 찾겠다고 도둑처럼 남의 집 담장 앞을 서성이던 일이 생각난다.
그때 나는 향기 도둑이었다. 향기의 출처를 찾아내, 그 향기를 호주머니에 넣고 어딘가로 달려가고 싶었다. 사람이 향에 취하면 갑자기 달리고 싶어지는 법이다.
훔치고 싶은 향이 하나 더 있다. 이름도 어여쁜, 라일락 향기다. 화자는 “라일락은 시원하고/ 아까시는 달다”며 향기의 미세한 차이를 얘기하는데, 그 다름 앞에서 깨닫는다. 오래도록 좋아해온 향에 대해 더 ‘깊이’ 모르게 되었다고 말이다. 시에 어깨가 있다면, 시의 어깨에 잠시 기대고 싶은 순간이다.
모른다는 고백만이 진실일 때, 향기 도둑은 결국 무엇도 훔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때 증폭되는 감정이 있다. 문득 아까시와 라일락이 우리를 위해 향기로운 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도착한다.
[농민신문 시인 박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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