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토요 시 창작 강좌> ■ 시詩 문턱 넘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4. 10. 14:28
<토요 시 창작 강좌> ■ 시詩 문턱 넘기


시를 쓴다는 것은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고 관계를 맺게하는 작업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관계없는 사물의 묘사만으로는 산문이지 시가 아닐 가능성이 많다. 극단적으로 말해서 시를 쓴 사람과 관계없는 것은 시가 아니라는 말도 된다. 즉, 시인은 '자기가 체험 했거나 일어날 법한 상상의 공간에서 생산한 영혼의 양식을 잘 요리하여 독자가 먹을 수 있도록 밥상을 차려서 내주는 사람'인 것이다. 그래서 사물이나 시적 대상을 묘사하는 단계를 지나 사람에게 접목시킬 수 있느냐가 비시(非詩)의 문턱을 넘는 기준점으로 생각한다. 사물의 묘사는 잘 했지만 그것을 사람살이와 연결시킬 진술(시인의 마음)이 있도록 하라는 것이다.

'시 답다'라는 말은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그 시로 인해서 마음의 위로나 공감, 감동, 또는 강력한 서정성을 바탕으로한 진술이 들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나는 시와 비시를 구분한다. 자신만의 자의식이 넘쳐서 시의 사족蛇足이나 넋두리를 늘어놓는 것을 시라고 내어놓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그리고 자기만족에 취해서 자기도 이해가 잘 안되는 난해한 것, 사유의 깊은 맛이 없는 평면적이고 설명적인 글, 행과 연 사이에 긴박감이 결여된 글, 상식적인 글, 다 아는 체 폼을 잡는 글, 훈계조의 글은 시작詩作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요주의 대상이라고 본다.

시를 잘 쓰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담담하고 겸손하게 시적 현상 뒤에 숨어있는 진실을 묘파하여 그것을 우리의 삶과 이미지로 연결할 수 있을 때 좋은 시가 탄생한다. 시를 쓴 사람이 감동하고 결론을 내는 것은 독자의 몫을 빼앗는 것이다. 그래서 감탄사나 느낌표, 물음표 등의 문장부호는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쓰지 말고 시를 맺을 때 ‘~~이다’라는 확정된 말로 끝내지 않기를 바란다. 시의 여운이 남아서 뭔가 이야기가 더 있을 것 같은, 그래서 독자가 상상할 수 있는 여백을 두는 작법을 나는 권장한다.

시가 무엇인지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 시를 쓴다는 것은 공을 다루는 기초 기술을 제대로 익히지도 않고 유명한 축구선수가 되려는 것 같이 무모한 일이다. 처음으로 공을 찼는데 골을 넣는 경우도 있지만 그러나 그 처음의 이변이 일반화 되지는 않는다. 간혹, 전혀 시를 배우지 않았던 사람이 감동적인 시를 쓰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시를 계속 쓰기는 어렵다. 좋은 시는 기초가 튼튼한 바탕위에 지어진 인생을 진술하는 집이다.

시의 언어는 사건이나 사물과 독자 사이의 전달 수단인데 시의 언어를 잘 알지 못하면 시가 안된다. 그렇다면 시의 언어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응축된 말의 덩어리'다. 즉 낱말의 새로운 언어조합을 통해서만 시적 언어인 말의 덩어리가 완성된다는 것이다.

가슴이 따뜻한 나무가
언덕에 서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나도 나무가 되어 설 날이 있을까

해가 져
쓸쓸한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그냥 웃고 있다

나는 아직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온몸을 떨며 소리 지르는
풀이다

이젠 누구의 눈길도 바라지 않고
이름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냥 아무 곳에나 자라는 풀일 뿐

그래도 살아
꽃 피울 수 있고
겨울 어느 바람에
노래 부르며 홀씨들을 날리기도 하는
나무 아래서

_ 서정윤, 「나무 아래서」 전문

위 시는 강력한 서정성을 재료로 한 언어의 덩어리다. 즉 단어마다 적확的確한 언어를 골라서 구체적으로 표현한 시다. 어떠한 의미나 관념의 해석을 요구하지 않으면서 절제된 언어로 사물의 생각을 읽고 화자의 마음을 표현했다. 아니 독자의 마음에 남을 수 있도록 심었다는 말이 더 적절할 것 같다. 왜냐하면 감동이란 읽은 시가 가슴에 여운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좋은 시적 이미지가 떠오르면 즉각 문자로 남겨야만 시적 분위기, 시 쓰는 사람의 시심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다. 사물에 대한 인식, 즉 생명 없는 것에 생명을 넣고 사물의 속성을 파악하여 자신의 인격을 반영한 존재가치를 나타내는 작업은 시가 되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 이달의 작품상
(2023년 3월)

트로트

벼리영



1.
노랫말을 부화한 방이 고개를 넘고있어요

아득한 단장의 고개, 거북이가 슬어논 알이 깨어나 사막을 채색하는 길

바다로 달리던 새끼가 군함새에 잡혔어요 슬픔을 모르고 끝나버린 생애가 구름 뒤로 사라졌지요

흑주 머금은 구름의 눈은 당신의 우물처럼 깊어요

가난은 진균처럼 달라붙어 음지로 내몰렸던 꿈, 엄마의 고개가 무늬를 그리며 목청을 세워요

비틀어 놓은 고개는 벽에 길을 내고 바닥은 축축해요

2.
다려도 다려도 펴지지 않는 집은
등선에 서있는 신기루입니다

경추 한 마디가 어긋나 버린 고개는잡히지 않는 집
당신 엄마는 집 찾아 떠난 걸까요

내 엄마가 슬픔 묻힌 사막의 자세로 노래를 합니다
엄마가 엄마를 노래하면 칼날이 돋아나 눈꺼풀을 찌르고 소리는 풀벌레처럼 흔들립니다

슬픔을 모은 바닥에는 빛바랜 사진 한 장 무명 저고리 입은 여인

고개를 넘고 나니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

맺혔던 소리가 스르르 풀립니다



*트로트 가사 차용


응원
역경을 딛고 일어난
그래서 더 아름다운
너의 세상

_ 손병규    <이어산 시인>

'글쓰기 공부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이 봄의 평안함 / 박형준  (0) 2023.04.11
모두 내 꽃 / 김미혜  (2) 2023.04.10
나이 / 이태정  (1) 2023.04.10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 김경미  (0) 2023.04.10
벚꽃의 시간 / 이면우  (0) 2023.04.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