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벚꽃의 시간 / 이면우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4. 10. 07:57

벚꽃의 시간 / 이면우

 

젊은 남녀 나란히 앉은 저 벤치, 밤 벚꽃 떨어진다
떨어지는 일에 취한 듯 닥치는 대로 때리며 떨어진다
가로등 아래 얼굴 희고 입술 붉은 지금
천년을 기다려 오소소 소름 돋는 바로 지금
몸을 때리고 마음을 때려, 문득 진저리치며 어깨를 끌어안도록
천년을 건너온 매질처럼 소리 안 나게 밤 벚꽃 떨어진다.
- 이면우 作 '밤 벚꽃'

벚꽃이 지천이다. 벚꽃은 아름다우면서도 신령스럽다. 기적이 일어난 듯 탐스럽게 피어 있다가 눈이 내리는 것처럼 떨어지는 모습은 숙명적이기까지 하다.
벚꽃은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이 피었다가 아무렇지도 않는 듯 사라진다. 왔다가 사라지는 사랑 같기도 하고, 어느새 추억이 되어버리는 청춘 같기도 하다.
그래서 벚꽃의 계절은 운명처럼 느껴진다.
폭풍처럼 왔다가 뒤도 안 돌아보고 가버리는 운명적인 만남 같다.
   [경향신문 허연 문화선임기자(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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