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계절이 없다고 생각하면 참 참담합니다. 우리는 계절의 페이지를 넘기면서 시간의 속도를 느끼고 감지하니까요. 그 느끼는 일이 참 중요하다는 생각이에요. 그러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챙기게 되고 또 그 일 안에 ‘보람’도 끼워 넣어야 합니다.
봄은 더 그렇습니다. 봄은 우리에게 더더 느끼라고 와장창 겨울을 깨고 새 창문 하나를 갈아 끼워줍니다. 개나리 벚꽃 목련을 한꺼번에 그려넣고 말입니다.
윤재철 시인의 <댓병 소주>에는 삶의 탄식만 있지 않습니다. 많이 가라앉아 있는 자신을 섬기기라도 하자며 술잔에 맑은 소주를 붓습니다. 술 한잔을 마시기 전과 마신 후는 어떤가요. 또 한번 와장창 내가 이제껏 짊어지고 살아온 세월이 깨집니다. 새로운 국면이 열리면서 자신을 어르고 달래는 상황극 속으로 안내합니다. 시인은 자신을 섬기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왜 아닌가요. 해님의 백성으로 살고 달님의 품에 잠드는 우리에게 큰 욕망으로부터의 보람 따위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씀 안에다 우리가 짚고 살아가야 할 지도를 숨겨 놓았습니다.
술 한잔은 우리 삶에 생명수 한 대야를 쏟아붓는 일입니다. 와장창 자신을 깨우는 일도, 화들짝 자신을 곧추세우는 일도 술이 연출하는 예술의 영역인 것만 같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벚꽃 피는 길을 조금 걸었습니다. 친구와 술 한잔 나누고 걷는 밤길은 벚꽃별무리가 하늘하늘 양팔을 벌리고 그 안으로 들어와 놀라고 꼬시는 것 같았습니다. 꼬임에 슬쩍 넘어가줄 걸 그랬나요. 뒷전에 남겨두고 온 낭만이 아쉽습니다.
[농민신문 이병률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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