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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시 창작 강좌>궁금증을 유발하는 간접화법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3. 24. 09:54
<토요 시 창작 강좌> ■ 궁금증을 유발하는 간접화법

시 짓기의 성공은, 나보다 앞선 시인들의 지나간 길을 밟아가는 일이 아니라 내 자리를 만들어가는 노력과 개별화를 통해서만이 이루어진다. 적어도 OOO의 시풍을 쫓거나 동어반복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른 사람이 이미 시에서 썼던 글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은 범죄에 가깝다. 그러므로 창의성과 개별성은 시인이 추구해야 할 중요한 덕목이다.

처음 시를 배울 때는 남의 시를 필사도 하고 내 생각을 끼워 넣어보기도 하는 작법을 통해서 실력을 쌓아가는 공부가 장려된다. 그러나 시를 습작할 때와 발표할 때는 다르다. 내가 쓴 시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써졌을 법한 시라는 의심이 들며 요즘은 여러 경로를 통해서 알아볼 수 있다. 제목이나 내용도 검색하면 알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예전보다는 훨씬 수월하게 표절의 시비를 예방할 수 있다. 필자도 30여 년 전, 첫 시집의 제목과 실린 시 중에서 비슷한 시가 있다는 항의를 받고 낭패를 경험한 일이 있다. 그 당시 동명의 제목과 비슷한 시가 있는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쓴 시인지라 항의도 해보고 억울하기도 했다.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그만큼 시집을 두루 읽지 못했고 시인에 대한 정보도 별로 알려고 하지도 않았기 때문이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결국 의미 있거나 좋은 내용은 먼저 쓰는 사람이 임자다.

시 제목 붙이기도 쉽지 않다. 이럴 때 TV광고를 잘 살펴보자. 광고는 설득언어의 최대공약수를 뽑아내어야 하므로 대체적으로 사람의 관심을 갖게 한다. 시 제목도 마찬가지다. 최대한 관심을 끌 수 있도록 붙여야 한다. 제목이 시시하면 시가 시시해진다. 뭔가 궁금증을 유발하도록 장치하는 작법을 연습하자. 제목과 첫 행, 첫 연이 그 시의 성패를 좌우할 만큼 중요하다. 예사롭거나 일상적인 말글을 특별한 말글로 바꾸어서 그 의미가 달라질 때 시로서의 생명을 갖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우리가 쓴 시에는 기쁨을 노래한 것도 있지만 속으로 삭여왔던 아픔을 시적 대상을 빌려서 표현할 때가 많다. 그런 시를 ‘시인의 작은 신음’이라고도 한다. 어떤 사안에 대해 감정을 억제하지 못한 표현은 욕이 될 수도 있지만 시적 여과장치를 통하여 걸러내고 걸러내어서 작은 신음처럼 들리도록 하는 것이 시의 본질적 작법이고 독자에게서 공감을 불러내는 방법이다. 공감이 되는 시는 거대한 불길을 일으킬 수도 있는 힘이 있다. 그 힘이란 대개 우리에게 용기나 희망을 주는 것들이거나 시대를 증언하는 울림이 있는 작은 외침이다.

큰 실패를 당한 사람에게 “너는 실패한 인간이다”라는 낙인을 찍는 시를 썼다면 그것은 시가 아니라 사람을 상하게 하는 흉기다. 절망에 쌓인 사람에겐 위로 한 마디가 죽어가는 사람을 살릴 수도 있다. 누구나 그런 시만 써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될 수 있으면 사람을 이롭게 하거나 시대적 양심을 거스리지 않는 시를 써보자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꽃은 꺾여도 향기가 남 듯/실패에도 향기는 있다.”라는 말,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하여/천둥은 먹구름 속에서/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라는 시는 누구에게는 큰 위로가 될 수 있다.

시를 아무리 잘 썼어도 모두를 만족 시킬 수는 없다. 어떤 이는 세상을 다 준다고 해도 위로를 느끼지 못할 수도 있지만 어떤 사람은 “괜찮아요.” 말 한마디에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다. 부정적인 말을 버릇처럼 하는 사람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 그것이 인간사다. 긍정적인 사람은 성공의 확률이 높고, 부정적인 사람은 실패의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시에서도 유의하자.

논어에는 “군자는 평온하고 너그럽지만 소인은 늘 근심하며 두려워한다.”라는 내용이 있다. 시도 그렇다. 좋은 시를 쓰는 사람은 우선 평온하다. 위기는 인간의 바닥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세찬 바람이 불어야 억센 풀인지 알 수 있고, 나라가 어지러울 때 진실한 신하를 알아볼 수 있다. 눈물을 억지로 짜내는 신파극 같은 시 보다는 고난을 당해도 평온하게 풀어내는 작법을 권한다. 독자에게 직설적이 아니라 간접화법으로 그것을 짐작하도록 하면서 정확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읽을수록 가슴에 촉촉이 스며드는 시는 오래 살아 남는다. <이어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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_ 손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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