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그루터기 / 손병규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2. 28. 13:38

그루터기 / 손병규

 

이곳에 뿌리를 내리기까지
몇 번의 시련이 다녀갔을까
줄기와 푸른 그늘은 잘리고
겨우 땅을 붙들고 버티는 삶은
안간힘이라기보다 숙명인 게다

바람과 폭우가 흔들고 가더니
모든 걸 탐하려 화마도 끼어들었다
벌목꾼들이 남은 기둥까지 베었지만
삶의 굴레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견디고 견뎌낸 결핍의 세월
그루터기 모서리부터 움트는
한 잎의 기별은 연둣빛이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떡잎 하나부터 시작을 밀고 있다
뿌리의 진실은 생명을 위로하고
생의 갈림길에서 원망조차 않는다
이제는 지친 그대여 여기 쉬어가시라.

 

 ◆ 시작 노트
 누구나 살면서 한두 번쯤 겪었을 우리들의 시간 쌓으면 무너지고 그러면 또 쌓고 평탄의 시간을 누리는 것보다 역경을 헤쳐가며 꿋꿋이 살아낸 수많은 시간 뿌리가 깊으면 어떤 외풍에도 살아낼 수가 있다. 그렇게 그렇게 살아내다 보니 또 다른 희망도 싹트고 열매도 맺더라. 포기하지 않고 살아낸 인생들 그것이 우리의 진득한 삶이 아니었을까.
 나도 누군가의 그늘이 되었던 적이 있었을까? 지금도 남은 그루터기일 뿐이지만 그래 오라! 
 이젠 그대들이 앉을 쉼터로 살고 싶다. 난 오늘도 파릇이 올라오는 새싹을 바라본다.

 ◆ 손병규 시인 약력
 - 경북 구미거주
 - 문단활동: 영남문인회 회원
 - 시사모 동인,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 한국디카시 이달의 작품상
 - 공동저서: 시사모 동인지 ‘고흐가 귀를 자른 이유’ 외
 - 영남문인회 시나브로9 등

   < 경남연합일보 한송희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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