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공부방

톱니 / 안미옥

귀촌일기 박뫼사랑 2023. 2. 21. 07:01

톱니 / 안미옥

 

어린 나는

무너지는 마음 안에 있었다

 

무너지는 것이 습관이 된줄도 모르고

무너지고 무너지면서

더 크게 무너지는 것에 대해 생각했다

 

주저앉을 마음이 있다는 건

쌓아올린 마음도 있다는 것

새가 울면

또다른 새가 울었다

 

또렸하게 볼 수 있다면

상한 마음도 다시 꺼내볼 수 있을까

도마 위에 방치된 생선이나

상온에 오래 놔둔 두부처럼

상한 것은 따뜻하고

상한 것은 부드럽게 부서진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은

감당할 수 없는 일로 남아

마음을 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빛이 물속으로 들어간다

물을 찢으며 들어간다

어린 나는 그것을 보고 있었다

 

손바닥이 열려

흐른다면

흐른다는 이유만으로

 

아침이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두꺼운 이물을 덮고

맞물리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잊지 않으려 했다

 

덜 자란 나무는 따뜻할 수 있다

한번 상하고 나면 다음은 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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